여전히 ATS를 바라보며 작은 체격, 작은 엔진 그리고 좁은 공간 등을 곱씹으며 ‘캐딜락의 혈통’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어느새 캐딜락은 CTS 쿠페의 대체 모델로서 ATS 쿠페를 앞세워 먼저 데뷔한 BMW 428i와 같은 프리미엄 스포츠 쿠페에 대응하고, ATS에 V-시리즈를 더하며 모델 고유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의 바람과 달리 ATS 쿠페의 국내 실적은 다소 실망스러웠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하지만 캐딜락은 여기에 실망하지 않고 8단 변속기와 상품성을 개선한 2016 ATS 쿠페를 세단과 함께 출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추구했다. 과연 2016 ATS 쿠페는 어떤 가능성과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ATS 쿠페는 분명 브랜드 내에서 가장 작은 체구를 소유했으나 외관을 둘러보면 캐딜락 고유의 당당함과 날카로운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CTS나 CT6를 통해 구현된 ‘지나치게 날카로운 라인의 조합’은 자칫 소형 차량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는 만큼, ATS의 라인은 기존의 캐딜락과 비교해 다소 완만하게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대신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해야 하는 만큼 캐딜락은 ATS의 비율을 재조합해 ATS 쿠페를 완성시켰다.
전장과 전폭이 늘어나고, 전고가 낮아지면서 ATS 쿠페는 더욱 극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품었다.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가 더욱 역동적으로 구현되며 ATS 세단 대비 한층 단단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볼륨감이 드러나는 프론트 펜더와 어우러지며 경쟁 모델 사이에서 고유한 존재감을 뽐내 거리의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기 충분한 모습을 갖췄다.
세단 모델과 마찬가지로 ATS 쿠페는 분명 기존의 캐딜락 만큼의 강렬하고 예리한 존재감을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시대의 프리미엄 콤팩트 모델로서 갖춰야 할 고유한 존재감을 훌륭하게 품어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휠이 다소 단조로운 모습이라 보다 스포티한 감각이 강조된 휠을 적용했으면 한다.
ATS 세단에서 쿠페로 변신하며 겉모습의 변화가 있었으나 같은 모델 라인업인 만큼 ATS 쿠페가독자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가지지는 못했다. 이는 BMW 3시리즈와 4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 차이가 없다는 것과 비슷한 예시일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ATS의 실내 디자인인 만큼 ATS 쿠페의 실내 공간 역시 높은 만족도를 선사한다
쉐보레나 뷰익의 듀얼콕핏과 달리 캐딜락의 듀얼콕핏은 보다 직선에 가까운 강인한 라인을 앞세웠다. 캐딜락은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인테리어 패널과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암시하는 뛰어난 시트를 장착하고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으며 최신의 캐딜락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감성적인 품질 개선 역시 이뤄냈다.
ATS 쿠페의 1열 공간은 동급에서 감히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세단 모델 대비 스포츠 쿠페의 감각을 강조하기 위해 시트의 높이를 상당 부분 끌어 내려 낮은 무게 중심과 포지션을 완성했으며 체격을 가리지 않고 만족스러운 레그룸과 헤드룸을 제공한다. 우수한 쿠션감과 뛰어난 품질의 가죽을 활용해 확실한 착좌감과 지지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자신감을 한껏 강조한다.
ATS 쿠페의 보닛 아래에는 기존의 ATS 쿠페 대비 새로운 변속기의 도입이라는 변화가 더해졌다. 그리고 ATS 쿠페는 새로운 변속기를 품으며 더욱 날렵한 주행 감각과 보다 효율적인 주행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무게 중심을 고려한 듯 엔진룸 안쪽으로 밀어 넣은 2.0L 직분사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새로운 8단 자동 변속기와 함께 조합되어, 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출력만으로도 동급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5,500RPM에서 최고 272마력을 내며 3,500RPM부터 5,000RPM 사이에서 40.7kg.m의 두툼한 토크를 자랑한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초 내로 끊어 낸다. 한편 새로운 8단 변속기 덕에 공인 연비가 소폭 개선되어 복합 연비 기준 10.6km/L(도심 9.3km/L 고속 12.8km/L)를 달성했다.
사실 캐딜락 ATS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캐딜락의 마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갈등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시대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캐딜락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이었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토록 작은 캐딜락은 캐딜락이 아니다’라며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둘 다 틀리지도, 그렇다고 정답을 맞춘 것도 아니다. 캐딜락 ATS는 쿠페와 세단 라인업을 앞세워 독일 3사가 꽉 잡고 있는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어느새 재규어 XE와 시장 내 4위를 겨루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2014년 대비 2015년 판매량이 30% 이상 상승되어 점점 ATS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승을 앞둔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한다면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월계수 빠진 캐딜락엠블럼이 어느새 익숙해지고, 또 새로운 엠블럼의 모습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전처럼 ‘이 엠블럼은 아닌데..’라며 고개를 좌우 흔들며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는 일은 이제는 없어진 셈이다.
캐딜락은 ATS를 두고 결코 엔트리 모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언제나 ‘콤팩트’와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며 그 가치를 강조했다. 이런 자세는 실내 공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인성이 떨어지는 계기판을 제외한다면 만족감이 높은 시트가 만들어 내는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과 고급스러운 표면이 느껴져 쥐는 맛이 좋은 스티어링 휠 그리고 만져본 자만이 알 수 있는 패들 쉬프트의 오묘한 감촉은 동급 경쟁 모델이 쉽게 견줄 수 없는 매력이다.
다만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역시 지문이 많이 묻어나는 센터페시아의 고광택 패널과 운전자에 따라 버튼 조작에 난감함을 표하는 스티어링 휠의 버튼 등은 브랜드 입장에서도 한 번 즈음 고민할 문제라고 본다. 다행히 최신 캐딜락의 실내 공간에는 해당 고광택 패널이 사라지고, 스티어링 휠 디자인 역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추후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나 2세대 모델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조합한 ATS 세단과 달리 ATS 쿠페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나 강렬한 사운드를 강조하며 RPM을 높게 유지하던 세단과 180도 다른 모습을 선사한 것이다,. 기어를 D에 옮기는 순간부터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라 엔진의 RPM이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에 ‘세단과 다르다’리고 시위하는 듯 한다.
자세를 바로 잡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이전의 둔감함을 지워내는 경쾌한 반응과 두터운 펀치감 그리고 강렬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새로운 8단 변속기는 스포츠 쿠페의 날카로움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6단 변속기와 달리 빠른 RPM 상승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경쾌하고 즉각적인 변속을 바탕으로 더욱 높은 속도의 영역으로 운전자를 이끈다.
물론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인만큼 다운 쉬프트 시에는 엔진과 변속기를 보호하려는 티가 나지만 변속 자체가 이뤄질 때에는 기대 이상으로 빠른 변속을 선사한다. 특히 강한 출력이 연결되는 순간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로 줄여 코너를 공략하거나 높은 출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변속이 되더라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까지 갖췄다.
새로운 8단 변속기가 더해지며 엔진에 이어 변속기까지 확실한 장점으로 승화된 ATS 쿠페는 기존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뛰어난 강성과 신뢰도 높은 브레이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드라이빙을 강조한다. 하지만 차량을 타고 있다 보면 차체의 움직임이 다소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더라도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요소에서 높은 만족감을 선사하지만 개인적으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실제로 ATS 쿠페는 캐딜락 브랜드가 자랑하는 완벽에 가까운 드라이빙을 구현하는데 중심이 되는 MRC가 적용되지 않았다. 특히 ATS 세단의 경우 트림에 따라 MRC가 탑재되어 있음에도 ATS 쿠페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서킷이나 와인딩 코스에서 달려 볼 때면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코너 안쪽을 파고 들 때에는 처음에는 다소 롤링이 크게 느껴지고 또 언더스티어가 나는 것것 같은 조금 더 ATS 쿠페를 믿고 과감하게 조향을 하면 어느새 코너 안쪽을 파고들면서 ‘트랙션은 충분하니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라며 자극하는 ATS 쿠페가 얄미울 정도다.
ATS 세단 대비 스포츠 드라이빙의 감성을 강조한 모델인 만큼 ATS 쿠페의 효율성이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ATS 쿠페는 예상 외의 성과를 선보인다. 8단 변속기 덕에 정속 주행이나 고속 주행에서 리터 당 14~18km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또 도심 주행에서는 오톱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을 통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차단하여 능숙한 운전자라면 리터 당 10km 수준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더욱 만족스러운 것이 오토 스톱 앤 스타트가 개입 될 때 느껴지는 진동이나 소음이 경쟁 모델과 확연한 차이가 날만큼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해 평소 이 기능을 싫어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시승 기간 내내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을 활성화시켰었다. 평소 음악을 자주 틀어놓고 다닌다면 재시동 시의 약간의 지동을 느낄 정도니 그 만족도는 상당한 편이다.
좋은 점: 개선을 통해 더욱 매력을 뽐내는 파워트레인 그리고 강렬한 스포츠 쿠페의 존재감
안좋은 점: 비좁은 2열 공간과 호불호가 갈리는 MRC의 부재
캐딜락은 겉으로만 본다면 대대적인 신차의 투입과 다양한 활동의 전개로 가장 화려한 시대를 맞이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지난 120년에 가까운 역사 속에서 시장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고, 독일 산 프리미엄 차량을 신경 쓰는 가장 긴장 된 위기의 순간을 지내고 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최근 캐딜락이 선보이는 차량들은 저마다 ‘물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딜락 ATS 쿠페 역시 마찬가지다. 강렬함이나 절대적인 퍼포먼스는 ATS-V에 견줄 수 없겠지만 일상적인 드라이빙의 범주에서부터 스포츠 드라이빙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운동 능력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ATS 쿠페 자체로도 명궁이 쏜 예리한 화살에 올라탄 한 마리의 매처럼 날카로운 드라이빙과 강렬한 존재감 그리고 시대의 경쟁자들 사이에서 선택 받을 권리와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