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최고가 되고 싶다면 눈과 귀를 열어보자

정철우 기자I 2007.07.24 13:35:06
[이데일리 정철우기자] 1. 한화 투수 안영명은 전반기 동안 거의 홀로 팀의 불펜을 지켜왔다. 주축 투수들의 줄부상으로 구멍난 마운드를 전천후로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는 물론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터. 전반기 막판 어느날은 마운드를 내려온 뒤 코피를 흘려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조금은 걱정스러워 물었다. "몸관리 노하우가 많지 않을텐데 괜찮겠나?"

안영명은 밝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힘이들긴 한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좀 알 것 같다. 대단한 선배님들이 하는대로 따라하면 된다."

한화는 한국야구를 대표했던 투수들이 특히 많은 팀이다. 송진우 구대성 등이 대표적인 살아있는 전설들이다. 그들의 생활 패턴과 경기 전 준비 등을 꼼꼼히 보고 따라한 덕에 큰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안영명은 "먹는 것 부터 열심히 배운다. 선배님들 잔소리 하시는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덕일까. 안영명은 여전히 씩씩하게 한화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다.

2. '달인에게 묻는다' 취재를 위해 구대성을 만났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류현진에게로 화제가 옮겨가자 구대성의 눈이 빛났다. 2006시즌 전 구대성은 신인이던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해줬고 류현진은 그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한국 프로야구를 들썩이게 했었다.

구대성은 "메츠에서 나온 뒤 WBC 참가를 위해 현대 플로리다 캠프에 합류했을 때 김시진 코치님(현 감독)에게 서클과 팜 볼의 중간형태 체인지업을 배웠다. 현진이에게 알려준 것이 바로 그 공"이라며 "내가 던지던 공과 비슷했던 덕에 나는 익히는데 한 열흘정도 걸렸다. 현진이는 한달만에 해내더라.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나도 무척 놀랐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구대성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해주는 선수로 유명하다. 한화는 물론 타팀 후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류현진 말고 다른 히트작(?)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구대성은 어두운 얼굴을 지어보이더니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가르쳐주고 싶어도 배우려는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구대성은 "누군지 얘기하긴 그렇지만 가끔 직접 물어오는 후배들도 있다. 또 재능이 있어보여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달랐다"며 "요즘 후배들을 보면 좀처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가 해온 것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는 야구가 늘지 않는다. 내게 먼저 물어보는 선수들 중에도 조금 해보다 안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더라. 야구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는 말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프로야구는 이 무렵이 되면 팀도 개인도 성적이 갈리게 마련이다. 올 시즌은 유독 팀 순위 경쟁이 치열하지만 선수들의 성패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와있다. 기대 이상 잘 한 선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특히 아쉬운 것은 유망주들의 성적표다. 전자 보다는 후자에 더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유망주'는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팬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유망주들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대를 많이 걸지 않았던 선수들이 오히려 더 빠르게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야구가 잘 안되는 당사자들이 제일 답답할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눈과 귀를 열어보라는 것이다. 안된다고 고개 숙이고 있지 말고 당당하게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봤으면 좋겠다.

주위엔 훌륭한 선.후배들이 얼마든지 많다. 그들의 플레이를 보고 또 물어보고 그만큼 땀을 흘려본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흉내 잘 내는 선수가 야구도 잘한다"는 말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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