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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대법원장·대법관 임명시 檢 영향력 우려"

한광범 기자I 2022.06.08 10:04:18

"법무장관, 추천시 ''누구 된다, 안된다'' 역할 가능성"
"권한 설계, 가장 그릇된 방식 악용 가능성 염두해야"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담당하던 공직자 인사검증 업무가 법무부로 이관된 것과 관련해 현직 판사가 “대법원장·대법관 임명에 검찰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차기현 광주고법 판사(사진)는 지난 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법률신문 기고글에서 “사법권 독립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 사법부를 구성하는 한 명의 법관으로서 부득이 한마디 보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법무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검찰 수사정보와 인사검증단 수집 정보를 통한 법무부 장관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우려했다.

차 판사는 “(법무부 장관이) 혹시라도 대법관 추천 단계에서부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당시 판사 인사정보를 담당하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을 압수수색했던 점을 언급하며 “검찰이 대다수 판사들의 인사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란 괴담은 여전히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판사는 “늘 공적인 권한은 그것을 가장 그릇된 방식으로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가정 하에 설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 머릿속에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그 사람’이 만약 법무부 장관으로서 인사검증 업무를 관장하고, 대법관 추천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상상해보라”며 “그 경우에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차 판사는 “대통령비서실이 인사검증을 할 때도 검찰 출신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그때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사표를 썼다”며 “사법부 구성에 검찰이 개입할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는 ‘비밀 업무에서 감시받는 통상 업무로의 전환’이라는 한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 말씀에 100% 공감하려면 대통령비서실 인사검증은 제도적으로 폐지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개정안은 대통령비서실을 그대로 두고 법무부 장관을 추가했다. 자칫 시어머니가 둘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7일 장관 직속의 인사정보관리단을 출범시켰다. 한 장관은 ‘권한 집중’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의식해 검사가 아닌 인사혁신처 출신의 박행열 단장을 임명했다. 또 인사정보가 사정 업무에 쓰이지 않도록 부처 내 차이니스 월(부서 사이 정보교류 제한)을 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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