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석유화학과 철강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규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친환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우리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신재생 에너지업계, 전기·수소차업계에도 큰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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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약은 지난 2015년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해 이듬해 발효됐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협약 탈퇴를 선언한 후 지난해 11월4일 탈퇴 절차를 밟았고, 협약 규정에 따라 절차 개시 후 1년이 지난 4일 공식 탈퇴했다. 협약 서명국 중 탈퇴한 국가는 현재까지 미국이 유일하다.
바이든은 지난 4일 밤 선거의 승기를 잡으면서 트위터를 통해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전했다. 77일은 이날부터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20일까지 남은 기간으로, 이로 인해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협약 재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든이 기후협약에 복귀하면서 미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할 전망이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온실가스 순(純)배출량이 0인 상태로 넷제로라고도 불린다. 앞서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처음으로 선언하면서 미국과의 공조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연말까지 한국이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제출해야 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에도 탄소중립 선언이 담길 가능성이 커졌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탄소중립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며 산업계의 반발을 낳았다. 지난 3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녹실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LEDS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 철강 등 산업에 규제를 강화할 경우 미국과 우리나라 간 통상 마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은 특히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하는 탄소조정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내 석유화학·철강업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탄소를 빌미로 관세를 높여 제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추가 설비가 필요해 비용이 올라갈 수도 있다.
반면 바이든의 당선으로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그린 뉴딜도 순풍을 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국내 배터리·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대가 높다. 바이든이 에너지분야 공약으로 4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2조달러(원화 약 2270조원)를 투자를 내세웠기 때문. 이에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있거나 짓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국내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시장도 반기는 분위기다. 바이든은 캘리포니아식 강력한 자동차 연비규제시스템을 도입하고, 5년 내에 50만대 스쿨버스, 300만대 공공차량을 탄소배출 제로 차량으로 대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세계 시장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그린뉴딜 정책으로 미래차 관련 창업과 수출까지 집중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도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