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선고 임박, "41.6배 요금폭탄" Vs "원가 이하"(종합)

최훈길 기자I 2016.09.18 15:35:55

22일 누진제 위법성 판단..도입 42년만에 첫 선고
원고 "국민 재산권 침해" Vs "한전 "OECD 58%로 저렴"
2만명 9건 소송 참여, 추석 이후 잇단 선고 예정
당정TF "누진제 판결 참조해 이르면 11월 최종안"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추석 이후 주택용 누진요금제 이슈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법원은 오는 22일 누진제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선고를 내린다. 42년 전 도입된 누진제의 위법성을 가르는 첫 판결이다. 재판 결과는 잇따른 유사 소송과 누진제 개편안을 준비 중인 정부·여당 개편안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재판부(판사 정우석)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한국전력(015760)공사를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집단소송에 대한 선고를 한다. 2014년 8월 4일 법무법인 인강이 시민 21명을 대리해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지 25개월 만이다. 신속한 판결을 위해 지난달 11일 원고 20명(1명 소취하)은 청구 금액을 10원으로 통일했다.

◇소비자 “유례 없는 41.6배 누진율..산업용 손해 보전용”

(출처=법무법인 인강, 단위=원, 2012~2013년 소송 대상 시점 기준)
(출처=한전, 법무법인 인강)
원고 측은 누진제를 명시한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이 위법하기 때문에 누진제로 얻은 ‘부당이익’ 전기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약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약관규제법(6조)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약관규제법(6조)에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등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돼 있다.

원고 측은 실제 피해 분석 결과 실질누진율이 41.6배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55kWh(주택용 저압)를 사용하던 가정이 에어컨 등으로 평소보다 전기를 10배 더 쓰면 월 평균 요금은 3574.50원(2012~2013년 소송 대상 시점 기준)에서 14만8615원으로 오른다. 전기 사용량은 10배 늘었지만 실제로는 누진율(최고·최저 요금 간 비율) 41.6배를 적용 받게 된다. 원고 측이 주장하는 실질 누진율은 한전 추산 11.7배 누진율(전력량 요금 기준)보다 높다.

원고 측은 이 같은 누진제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주택용 전기요금으로 얻는 이익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당시 주택용 전기요금(123.69원/kWh)은 산업용(92.83원/kWh)보다 30.86원/kWh 비쌌다. 이는 “전기사업자는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기사업법(4조)을 위반했다는 게 원고 측 입장이다.

◇한전 “OECD 58%로 저렴..저소득층 배려용”

반면 한전은 현행 전기공급 약관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적법한 인가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또 전기 사용자의 약 70% 가량(2013년 기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3단계 이하의 누진율을 적용받고 있어 과도한 불이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현행 누진제가 전력 수요의 조절,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재화의 적절한 배분 등 전력 공급의 공익성과 수익자부담 원칙의 실현 취지가 있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수준은 OECD 평균의 약 58%(2014년 기준)에 불과해 오히려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주택용 전기의 원가보상률(총수입/총원가)의 경우 85.4%(2012년), 89.6%(2013년)로 100%에 못 미쳐 원가부족액이 각각 1조1669억원, 777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전이 2012년 8월, 2013년 1월, 2013년 11월 세 차례에 걸쳐 주택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104.2%(2014년 말 기준)로 올랐다.

◇누진제 뿔난 2만명 소송..연내 줄선고

OECD 주요국 주택용 전기 판매단가, 2014년 7월 ‘Energy Prices & Taxes, 2d Quarter 2014’ 자료, 자국 화폐기준 판매단가를 OECD의 연평균 달러 환율로 환산해 비교.(출처=한전, 정부법무공단)
이번 판결 이외에도 서울중앙지법(3건), 서울남부지법(1건), 광주·대전·부산지법(각 1건) 등에서 한전을 상대로 총 7건의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 신청자는 18일 현재까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강 측은 이달 내로 9차 소송인단을 구성해 법원에 소장을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원고가 승소할 경우 한전은 그동안 누진제로 부당하게 부과한 전기료를 소비자들에게 반환해야 한다. 위법성이 확인된 누진제의 전면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부와 한전 등이 참여하는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는 누진제 개편 시 이번 재판 결과도 검토할 예정이다.

TF 공동위원장인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의 관심이 높은 누진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으로 보고 전체적인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며 “누진제 관련한 법원 판단이 나오면 누진제 개편 시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이르면 11월에 최종적인 누진제 안을 만들어 올겨울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국민에게 반납하고 앞으로는 위법한 누진제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탈하지 말라는 게 원고 요구의 핵심”이라며 “나머지 유사 소송도 올해 안에 전부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 [누진제 선고 임박]③누진제 뿔난 2만명 소송..연내 줄선고
☞ [누진제 선고 임박]②소비자 "41.6배 요금폭탄" Vs 한전 "원가 이하"
☞ [누진제 선고 임박]①42년 묵은 누진제, 법정에 서다
☞ [기자수첩]한전이 '누진제 홍역'에서 벗어나려면
☞ [현장에서]누진제 뭇매 맞는 산업부 장관에게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확정

- 누진제 개편안 최종인가..月 37만원→19만원 인하 - [일문일답]산업부 "누진제 완화해도 전력수요 1%도 안 늘어" - 누진제 2라운드..'전력·가스시장 개방' 물꼬 튼다(종합)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