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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 7일 일본 수도 도쿄에 인접한 수도권 지바현에서 발생한 규모 6.1 지진으로 수도권이 혼란에 빠졌다. 지바현 바로 옆에 있는 도쿄에서도 진도 5강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5 이상 지진에서는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진동이 발생하는데, 도쿄 23구에서 이 정도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건 10년만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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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대회 멈추고 수도관 파열, 정전까지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7일) 오후 10시41분쯤 폐점을 준비 중이던 도쿄 츄오구의 한 술집에서는 직원들의 스마트폰에서 일제히 긴급지진속보 경보가 울렸다. 한 남성 종업원이 “가스 밸브를 잠가라”라고 외쳤으며 주저앉아 우는 직원도 목격됐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장기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도쿄 센다가야의 장기회관에서는 제80기 장기 명인전 C급 2조 순위전 대국 중 지진이 발생했다. 시간을 측정하던 태블릿에서는 알람이 울리며 “지진, 지진”이라는 긴급 속보 음성이 나왔다. 장기판이 덜컹이며 흔들리자 대국은 일시 중단됐고, 지진이 가라앉은 뒤 재개됐다.
도쿄 곳곳에서는 수도관이 파열되고 정전이 일어났다. 도쿄도 내 30곳에서 수도관이 파열해 물이 쏟아져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50분쯤 도쿄도 250가구에서 정전이 일어났으며 약 1시간가량 뒤 정전이 해소됐다. 총무성 소방청은 8일 오전 도쿄와 군마, 사이나마, 지바, 가나가와 5도현에서 총 3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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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 악몽 떠올리는 日
지진을 보고받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도쿄 23개구 내에서 진도 5강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건 동일본대지진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라며, 중앙과 지방 정부가 협력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 시민들도 동일본대지진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지진 발생 직후 편의점과 거리는 불안한 시민들로 넘쳤고, 전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의 발목이 묶였다. “오늘은 PC방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나”는 한탄도 나왔다.
도쿄 츄오구 한 맨션에서는 입주자들이 지진이 발생한 직후 문을 열고 스마트폰을 움켜쥔 채 불안하게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한 60대 여성은 “동일본대지진이 생각났다”며 “선반 서랍이 어긋났는데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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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직하 지진은 아냐…일주일간 여진에 유의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이 필리핀과 태평양 경계 부근에서 일어난 역단층형 지진으로 추정된다. 암반이 동서 방향으로 압축돼 일어난 지진이다. 야마오카 고하루 나고야대지진 화산연구센터 교수는 “이번 지진은 태평양판 경계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반의 경도나 성질에 의해 같은 도내에서도 지표 흔들림 크기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우려한 수도 직하 지진(도시의 바로 아래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 직하 지진은 정부 지진조사위원회가 향후 30년 이내에 70% 확률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는 규모 7 대지진을 말한다. 도쿄에 진도 7 강진이 발생하면 심한 흔들림이 벌어지며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2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본진인지 더 큰 지진의 전진인지는 지진활동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며 앞으로 일주일가량은 흔들림을 동반한 지진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