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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준다더니"…땅 팔고 나니 25%, 뒤집힌 유언장 왜[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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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현 기자I 2026.10.03 12: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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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94)
네 자녀에 부동산 다른 비율로 나눈다며 지역주택조합에 팔고 19일 만에 숨져
대법 "매매대금에도 유언 효력 미치게 할 의사 추단되면 매도만으로 유언 철회 쉽게 인정 안 돼"
팔릴 가능성 있는 부동산을 유언으로 나눌 때는 매매대금의 배분까지 적어 둘 필요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부모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유언장에 적어 두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런데 유언장에 적은 부동산을 부모가 생전에 팔았다면 어떻게 될까. 민법에 따르면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면 그 부분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제1109조). 부동산을 판 이상 그 유언은 효력을 잃는 것일까, 아니면 매매대금에라도 유언이 적용될까.

(사진=나노바나나)
(사진=나노바나나)
2016년 11월, 울산에 토지와 건물을 가진 망인은 자필로 유언장을 썼다. 네 자녀에게 이 부동산을 35%, 35%, 19%, 11%의 비율로 나눈다는 내용이었다. 법정상속분대로라면 넷이 4분의 1씩 상속한다. 이 부동산은 이듬해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의 사업부지에 들어 있었다. 망인은 2017년 8월 조합의 토지용역대행사와 8억 7,360만 원에 매매계약을 맺었지만, 대행사 측 사정으로 대금 지급과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3월에는 조합과 8억 원에 매매계약서가 작성됐다. 당시 망인은 췌장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19일 뒤 숨졌다.

자녀들은 4분의 1씩 상속등기를 마친 뒤 각자 조합과 매매 합의를 하고 1억 7,700만 원씩 받았다. 35%를 받기로 돼 있던 자녀 한 명이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유언이 효력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에서는 유언대로라면 더 받았어야 할 돈을 형제 두 명에게 돌려달라는 청구도 추가했다.

1심은 유언장이 망인의 자필이고 법이 정한 형식도 갖췄다고 인정하면서도, 망인이 부동산을 팔아 유언을 철회했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도 같은 결론이었다. 망인이 유언과 저촉되는 생전행위를 했고, 두 차례 매매계약을 맺으면서도 매매대금에 관해 유언을 고치거나 새로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달리 보았다. 2026년 6월 24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먼저 저촉의 판단 기준을 확인했다. 저촉이란 뒤의 행위가 앞의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취지로 행해졌음이 명백한 경우를 말하고, 그 여부와 범위는 유언자의 의사를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97다38510 판결).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유증한 목적물을 처분했더라도 처분대금에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추단된다면 “목적물을 처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유언의 철회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주목한 사정은 이렇다. 매매대금은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만 바뀐 재산이다. 망인이 유언장을 쓴 것은 조합 설립인가 약 10개월 전으로, 당시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고 매매계약을 맺지 않는 소유자는 매도청구를 받을 수 있었다. 망인은 유언장을 쓸 때 이미 자녀들이 부동산 대신 매매대금을 상속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망인이 대금을 병원비 등 개인 용도로 쓰거나 남에게 주려 한 사정도 찾을 수 없었다. 대법원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망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그 매매대금에 관하여 별도로 유언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법에는 유증 목적물이 멸실·훼손돼 생긴 손해배상청구권을 유증의 목적으로 보는 규정(제1083조)은 있지만, 유언자가 스스로 목적물을 판 경우를 정한 규정은 없다. 원심은 매도라는 사실을 곧 철회로 보았고, 대법원은 매도에 담긴 유언자의 의사를 따졌다. 유언의 철회는 결국 유언자의 의사 문제다. 대법원의 판단은 1998년 판례가 제시한 기준을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다만 이 판결이 부동산을 판 뒤에도 유언이 언제나 매매대금에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은 유언 작성 시기와 매매 경위, 망인의 건강상태, 대금의 쓰임새를 종합해 의사를 추단했다. 환송 후 부산고등법원은 이 사정들을 다시 심리하게 되고, 자녀들이 이미 나눠 받은 매매대금의 정산도 그 결과에 달려 있다.

재개발이나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처럼 머지않아 팔릴 수 있는 부동산을 유언으로 나누려 한다면, 팔렸을 때 매매대금도 같은 비율로 나눈다는 내용을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유언을 남긴 뒤 부동산을 판다면 그 대금에 관한 유언을 새로 정리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 사건 자녀들은 2020년부터 이 문제로 소송을 이어 가고 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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