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외교장관회의 개막…美주도 국제질서에 대항 의지 표명

방성훈 기자I 2023.06.02 11:24:39

남아공서 1~2일 개최…첫날 회담 후 공동성명 발표
서방 주도 국제질서 비판…억압 맞서 연대강화 선언
신규 회원국 가입 등 외연 확장, 공동통화 도입 논의
최대 관심사는 푸틴 8월 정상회담 참석 및 체포 여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오는 8월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서방 국가들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의장국인 남아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체포되지 않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 마우로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 나레디 판도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개막한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릭스 5개국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외교장관들은 이날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브릭스 5개국은 핵심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협력은 상호 존중과 이해, 평등, 연대, 개방, 포용,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다.

외교장관들은 또 “개발도상국을 향한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조치에 우려를 표명한다. 이러한 조치는 유엔 헌장에 위배되며, 개도국에 부적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국제질서가 사실상 서방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이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그 일환으로 5개국은 이번 회의에서 외연을 확장하는 문제와 달러화를 대체하기 위한 공동통화 도입 방안 등을 논의했다. 블록을 주도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의 몸집을 불려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에 맞서겠다는 속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가 브릭스에 가입을 공식 요청했고,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알제리 등도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이와 관련, 중국의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은 “브릭스의 확장은 블록의 영향력을 높이고 개도국의 이익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며 “더 많은 국가들이 브릭스에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중국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릭스의 포용력은 (G7 등) 일부 국가의 작은 범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며 “브릭스의 확장은 회원국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도 “너무 많은 국가가 소수 국가에 휘둘리고 있다”며 경제력 집중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글로벌 의사결정 과정을 개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래된 방식으론 새로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변화의 상징이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무장관들은 또 “브릭스 회원국 및 무역 상대국과 금융거래 및 국제 무역에서 현지통화를 사용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안팎의 상황을 우려한다는 각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화와 외교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중재 및 주선에 주목한다”며 중국의 중재안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방은 중국의 중재안이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이번 회의는 오는 8월 22~24일 브릭스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것인지, 또 남아공이 체포에 협조할 것인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켰다며 전쟁범죄 혐의로 그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ICC 회원국인 남아공은 체포에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아공은 영장이 발부되기 전인 지난 1월 푸틴 대통령을 정상회의에 초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하더라도 체포되지 않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은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남아공이 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스) 대통령이 최종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로이터는 브릭스가 이번 회의에서 “세계 무대에서 서방 국가들과 경쟁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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