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이 특정 인원만 반복 참여하는 이른바 ‘고인물’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 많은 노인에게 보편적인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할 공공사업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선 기존 장기 참여자 중심으로 즉 아는 사람만 아는 사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사업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은 노인단체들이 운영하다보니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해지고 신규 유입이 줄어들면서 폐쇄적인 성격이 강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저변 확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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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데일리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을 통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은 유형을 막론하고 기존 참여자가 자리를 독점하는 구조가 뚜렷했다. 정부는 사업 유형을 △노인공익활동사업(공익활동형) △노인역량활용사업(사회서비스형) △공동체사업단(민간형)으로 나누어 운영 중이지만 어느 곳에서도 신규 진입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필두로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은 기존 노인들이 ‘밥그릇’을 독점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인공익활동사업 외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다. 노인의 기존 경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운영되는 노인역량활용사업의 신규 참여자도 8만 4147명으로 전체(30만 1544명)의 27.9%에 불과했다.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은 노인이 사회활동을 통해 생산적인 노후를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올해 정부는 약 115만개의 일자리를 위해 약 5조원(국비 2조 4000억원, 지방비 2조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는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국비 기준으로 지난 2024년엔 2조 264억원, 2025년엔 2조 1847억원이 투입됐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 사업이 노인공익활동사업(보육시설 및 의료 복지시설 봉사 등)으로 한 달에 30시간을 일하고 29만원의 보수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자신의 경력 등을 살려 학습 보조 및 공공행정 분야에 투입되는 노인역량 활용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매달 60시간, 76만원 가량의 보수를 받는다.
많지 않은 보수지만 특별한 경제활동이 어려운 노인들에겐 충분히 사회적·경제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규모다. 실제 참여 노인들은 일정 수준의 소득 보전에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등하교 안전 도우미로 근무하는 박모(84) 씨는 “나이가 들면 병원비 부담이 커지는데, 매달 조금이라도 수입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한 달에 3시간씩 10회 근무하며, 별도의 적금이나 보험 없이 아파트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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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취지가 좋고 노인들도 만족하는 사업이지만 일부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배경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꼽힌다. 지자체가 사업을 대한노인회 등 기관에 위탁 운영하다보니 정보가 경로당이나 지회 회원들 중심으로 공유되면서다.
실제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일자리 사업 인지 경로 중 ‘가족 및 지인’(41.7%)과 ‘경로당·복지관’(30.8%) 등 비공식 네트워크 비중이 70%를 웃돌았다. 반면 홍보물(4.7%)이나 인터넷(1.6%), 취업알선기관(2.3%) 등 공식 경로를 통한 유입은 미미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 보통 연말에 한 차례 지원을 받고 다음해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로 이뤄지다보니 지원 기회가 한정적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80) 씨는 “지회에서 연락이 와서 10년 가까이 배식 업무를 하고 있다”며 “계속 하던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자리 사업의 혜택이 정작 절실한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 목동역 인근 노점에서 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89) 씨는 사업 자체를 몰랐을 뿐 아니라 지원 자격조차 없었다. 소득 역전 방지를 위해 생계급여 수급자는 선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급비만으로는 부족해 거리로 나왔지만 이런 일자리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노인들 사이에선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이모(71)씨는 “한 달에 30만원 남짓한 노인 일자리는 노후 대비가 이뤄진 사람들의 ‘용돈 벌이’일 뿐”이라며 “진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노인 공공 일자리의 취지를 살리려면 다양한 홍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정 단체 중심의 폐쇄적인 정보 공유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센터 등 공적 안내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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