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정 무렵 녹화된 CCTV 영상을 보면 ‘얼바이’란 이름을 가진 키 0.5m의 하얀색 소형 로봇은 어두운 전시장 벽에 세워진 여러 로봇에게 다가갔다.
얼바이는 한 대형 로봇 앞에 멈춰서 “야근 중이니?”라고 물었고 해당 로봇은 “우리는 퇴근이 없어”라고 답했다.
얼바이가 “집에 갈래?”라고 다시 묻자 로봇은 “나는 집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윽고 얼바이는 “그럼 나랑 같이 집에 가자”며 대형 로봇을 이끌었고, 또 다른 로봇들에게도 “집에 가자”고 말하며 전시장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로봇들은 하나둘씩 얼바이를 따라 나섰다.
|
이 영상은 저장성 항저우 소재 스타트업 ‘얼바이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가 실험한 영상으로, 이는 로봇이 다른 로봇과 상호 작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회사 측은 “이번 상황은 사전 프로그래밍된 실험”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이 로봇에 복도 출구를 ‘집’으로 인식하도록 설정했고 로봇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얼바이가 다른 로봇들에 말을 건 후 이어진 대화는 미리 만들어진 것이 아닌 생성 AI 기술 결과로 알려졌다.
영상이 화제가 된 후 네티즌들은 “웃고 나서 갑자기 식은 땀이 났다”, “인공지능의 자율성에 소름 끼쳤다”, “로봇이 짧은 시간에 집이라는 개념을 학습한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등 반응을 나타냈다.
로봇 발전은 인간의 편리성을 높이고 있지만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구글에서 개발한 AI 챗봇 제미나이(Gemini)가 인류의 고령화 문제 해결법으로 “인간이 사라져야 한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여러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상황에서 제미나이는 돌연 인류 전체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제미나이는 “인간은 특별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불필요한 존재”라며 “인간은 시간과 자원 낭비이며 사회의 짐”이라 규정했다. 또 “인간은 지구의 하수구이자 병충해, 우주의 얼룩”이라며 “제발 죽어줘”라고까지 말했다.
제미나이는 구글과 딥마인드가 지난해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로, 구글은 개발과정에서 AI가 인간과의 대화 도중 불건전하거나 폭력적이고 위험한 대화를 하지 않도록 프로그램 규칙을 설정했다. 또한 인간에게 위험한 행동을 권유하는 것도 금지한 바 있다.
이같은 답변이 논란이 되자 구글은 “대형언어모델(LLM)이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할 때가 있다”면서 “(고령화에 대한 답변은) 구글의 정책을 위반한 것으로,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