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외교안보 결산②]‘남북화해 단초’ 김정은 신년사 2019년 버전은?

김영환 기자I 2018.12.25 19:36:43

2018년 신년사로 한반도 비핵화 분위기 조성한 北
병진노선→경제개발 올인했지만 실패..다시 경제문제 초점
비핵화 답보 상태 놓고는 美비판 메시지 나올 듯

지난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첫 만남을 갖고 있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올해 급격하게 조성된 한반도 평화 국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내 사무실 위에 핵단추가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대화 용의를 표명했다. 이후 남북은 물론, 북미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고 세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한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며 남북, 북미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이에 2019년에 나올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대해 국제 사회의 시선이 쏠린다. 2018년 한반도가 갈등으로 치닫던 물줄기를 바꿨다면 2019년의 한반도는 물줄기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 보다 세밀한 작업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중요해졌다. 3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속에 높아지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감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풀 꺾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제에 방점 찍고 북미교착 상태엔 美 책임

북한은 올해 들어 큰 폭의 노선 수정을 가했다. 지난 4월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채택한 것이다. 그야말로 경제 개발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파격 행보였다.

그러나 성과는 미흡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로 머물면서 북한이 원하던 수준의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을 옭죄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공고한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뒷걸음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도 경제 문제를 앞세울 것이라 전망되는 이유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 언론 매체에 경제를 강조하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라든가 ‘우리식으로 살아가자’라든가 하는 복고테마도 계속 등장 중”이라며 “대북 제재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 분야 성과 도출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경협 요구 등 어떤 수준의 대남 메시지가 나올지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한 비핵화 메시지를 발신할 지도 관심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심이 대체로 우리 정부나 중국의 입을 통한 간접적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신년사에서 비핵화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담을지는 추후 북미 대화 진전에 핵심이 될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핵 무력 대신 군사 감축과 관련된 이야기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신년사에서는 대외 관계를 다루지 않기도 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이형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핵화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북미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정은 신년사에 호응할 트럼프 연두교서도 주목

지난 10월 이후 길어지는 북한의 침묵과는 다르게 미국은 연일 대화 문턱을 낮추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혹 중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건설과 관련돼 강한 의지를 담아낸다면 이에 호응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 완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화 모멘텀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과 인권 문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 갈등을 촉발시켰다.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 지금은 당시와는 다르게 대북 유화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북한 인권 문제를 문제 삼는 연설이 예고됐으나 이를 취소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의 정책 방향과 북한의 정책 방향을 최초로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이 연두교서와 신년사다. 쌍방은 서로 관심이 많다”며 “북미간 구조적이고 상황적 제약을 고려하면 신년사와 연두교서에서 쌍방이 다 서로에게 긍정적 시그날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2018신년사 주요발언

“특출한 성과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안”

“국가경제 발전 5개년 전략수행에서도 커다란 전진을 이룩”

“북남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

“적대 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

△트럼프 2018연두교서 주요발언

“어떤 정권도 북한만큼 잔인하게 자국민을 억압한 적은 없어”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는 매우 가까운 미래에 우리 본토를 위협할 것”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독려”

웜비어·지성호 언급하며 北인권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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