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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63억달러 규모의 해킹 사고 직후 상황을 조사하고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 고객 출금을 중단했다. 동시에 고객 피해액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낸스는 업계 협력사와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빠르게 해킹 사고를 수습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가상자산 탈취 사건은 암호화폐의 보안 취약성과 투자자 자산의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25년 발생한 바이비트(Bybit) 해킹 사고는 이번 사건 이전까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었지만, 당시 피해액은 이번 바이낸스 사고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낸스의 사고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고 발생 직후 신속하게 대응한 점, 고객 불안을 줄이기 위해 진행 상황을 자주 공개한 점, 회사 자체 이익을 활용해 고객 피해를 보상하기로 한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바이낸스의 압도적인 사업 규모와 시장 지배력을 고려하면 고객들이 거래소 이용을 완전히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바이낸스가 이날 X에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바이낸스의 운용자산 규모는 1710억달러에 달했다. 두 번째로 큰 거래소인 OKX의 자산 규모는 약 290억달러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크로노스 리서치(Kronos Research)의 빈센트 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바이낸스에서 자금을 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낸스는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거래 플랫폼”이라며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헤지하려면 바이낸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한 출금은 예상하지만 유동성이 회복되면 많은 자금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해킹 피해 규모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직원 노트북의 보안 침해는 바이낸스의 기존 사이버보안 체계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이번 사고는 주초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이번 공격을 조사하고 있다. FBI와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은 북한을 해킹 배후로 지목했다.
현재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미친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약 60%를 차지하는 비트코인은 7만8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는 해킹 사고 이전보다 약 5% 낮은 수준이다.
가상자산 벤처투자회사 드래곤플라이(Dragonfly)의 하시브 쿠레시 매니징파트너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번 사건이 가상자산 산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우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고객 출금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이더리움과 세계 양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USDT, 서클인터넷그룹의 USDC 등을 포함한 15개 토큰의 출금을 허용했다. 이어 이더리움, BNB스마트체인, XRP, 베이스(Base) 등 15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도 출금 서비스를 재개했다.
다만 출금으로 집계된 자산 이동이 모두 고객의 자금 인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낸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이허는 X에서 일부 자금 이동은 바이낸스 내부 지갑 간 이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현재까지 해킹으로 탈취된 가상자산의 약 95%를 복구했다. 이를 위해 회사 자체 보유자금과 비상자금, 보험기금 등을 활용했다. 이번 공격으로 탈취된 자산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해 10개 블록체인에 걸쳐 있는 주요 가상자산들이었다.
바이낸스는 “탈취된 자금으로 발생한 재정적 손실을 바이낸스가 부담하겠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손실을 이용자들에게 전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 이후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바이낸스에 보관하는 자산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퀀트 트레이딩 회사 SQS트레이딩(SQS Trading)은 전체 거래자본의 약 4분의 1을 바이낸스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엘리 윌리엄스는 바이낸스에 예치한 자금을 약 3분의 1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조정이 기존 거래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헤지 거래를 위한 바이낸스 이용을 축소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현재로서는 이번 사건이 가져올 순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주요 거래소와 비교해 바이낸스의 자금 유출과 거래량에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당장 거래 전략이나 자산 보관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는 투자자들도 있다.
비상장시장 자문회사 아크틱디지털(Arctic Digital)의 저스틴 다네탄 리서치 총괄은 이번 해킹 사고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무언가 수상한 조짐이 보일 때는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좋지만, 재앙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오히려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바이낸스를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떠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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