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사장이 인공지능(AI) 덕에 생겨나고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AI 초기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올해부터 이어질 ‘2라운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드라이브를 걸 여러 AI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까지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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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라운드서는 이길 수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은 지난달 26일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를 통해 “우리는 AI 초기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서도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결집하면 2라운드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이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지난 2017년 이후 D램과 낸드, 파운드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사업의 큰 위기”라고 했다.
삼성전자(005930)는 특히 AI 반도체 필수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000660)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큰 타격을 받았다. 반도체 위기론이 불거진 주요 배경 중 하나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나타났다. TSMC(61.2%)와의 격차는 49.9%포인트로 전기(45.5%포인트) 대비 더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까지 내줬다.
경 사장은 다만 “(AI로 인해) 지난해부터 새로운 기회가 시작되고 있다”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12단 신제품인 5세대 HBM(HBM3E)을 2분기 중으로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이르면 하반기 초께 ‘큰 손’ 엔비디아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측보다 훨씬 빠른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출시 예정인 ‘블랙웰’ 기반 차세대 AI 칩인 ‘B100’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HBM 시장의 승부처로 여겨지는 5세대부터는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앞서 4세대 HBM(HBM3)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HBM 외에 그래픽용 GDDR7 D램을 2분기 중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AI 수요를 겨냥한 9세대 V낸드(수직형 낸드)는 이미 양산에 돌입했고,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버용 DDR5 주문 역시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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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린 올해 터닝포인트 기회”
1분기 반도체 실적은 이미 반등이 가시화한 기류다. DS부문(메모리사업부·시스템LSI사업부·파운드리사업부)은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1분기(-4조5800억원)보다 6조4900억원 더 벌어들였다. 경 사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준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아울러 삼성전자가 맞춤형 AI 반도체의 턴키(일괄생산) 공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설계부터 생산까지 턴키 공급이 가능하다.
경 사장은 “AI를 활용한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는 이제 곧 현실이 될 것”이라며 “그전에 에너지 소비량은 최소화해야 하고 메모리 용량은 계속 늘어나야 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훨씬 효율화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1’을 연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경 사장은 “시장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어렵다”며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시작한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했다. 그는 “올해를 새롭게 성장하는 터닝포인트로 다 같이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