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뺨이 어느덧 발그레…주렁주렁 가을 익는 영주

조선일보 기자I 2006.09.14 12:21:00

풍기에서 부석사까지 ‘사과길 드라이브’

[조선일보 제공]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에서 빠져 나왔다. 평일 오전 서울을 출발, 3시간 10분쯤 걸렸다. 부석사 방향으로 931번 도로를 타고 달렸다. 부석사까지 20㎞쯤 이어지는 이 길이 일명 ‘사과 드라이브’ 코스다.



아직까지는 사과가 채 익지 않았거나 예쁜 빛깔을 내기 위해 봉지에 싸여있어 정취가 좀 덜하다. 그러나 추석 지나고 10월 중순쯤이면 도로 양편으로 펼쳐진 농원에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멋진 사과길이 펼쳐진다. 이 길은 죽 이어진 은행나무로도 유명하다. 물론 지금은 은행나무 잎이 아직 퍼렇고 민들레와 코스모스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부석 사거리~부석사 구간은 최근 폭 1m쯤 길을 넓혔는데, 옮겨 심은 은행나무 잎이 많이 줄어들어 길의 운치가 조금 떨어진 듯 하다.

영주 곳곳에는 사과 농가가 3500여 군데나 된다. 산골짝 깊숙한 곳 농가까지 찾아갈 수 없는 관광객들에게는 영주에 갔다면 반드시 보고와야 할 문화유산인 부석사로 향하는 ‘사과 길’이야 말로 영주 사과를 제일 쉽고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양쪽 도로변 따라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사과를 들고나와 팔고 있다. 지금이 한창 수확기인 홍로와 홍옥이 대부분이고 가격은 품종·크기·상태에 따라 10㎏짜리 한 박스에 4만~8만원까지 다양하다.

“길에서 살 땐 ‘속박이’주의하고
파사과는 잘 상하니 많이 사지마”


‘널린 게 사과인데 당연히 싸겠지’ 생각했다가 부르는 가격에 실망하고 말았다. 대부분 시중과 똑같거나 조금 더 비싼 편. 이유를 물었더니 “대량으로 도시에 공급하는 사과가격이 산지보다 훨씬 쌀 수 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과 먹으러 영주까지 갔다면, 서울 등 대도시에서 만나기 힘든 ‘현지 사과’를 맛보고 올 일이다. 한 농장 주인은 “길에서 사과를 살 때는 ‘속박이’(‘속에 품질 떨어지는 사과를 박아 놓았다’는 뜻)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전하기도 했다.

풍기시내 봉현사거리에 있는 사과직판매장에서는 흠집이 나거나 갈라져 상품성이 없는 ‘파 사과’를 거의 절반가격에 살 수 있다. 파사과도 훼손상태에 따라 B급, C급 등으로 나뉘고 가격도 천차만별. 멍이 많이 들고 못생긴 C급 사과는 20㎏짜리 한 박스를 5000원~1만원이면 살수 있다. 싼 가격에 놀라 한 박스를 사야 하나 두 박스를 사야 하나 고민을 하니 판매상이 “괜히 욕심내지 말라”고 일렀다. 파사과는 금방 상하기 쉽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 없다는 것. 갈아서 빨리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

영주서 맛보는 별별 사과

여름에 먹는 녹색 사과는 아오리, 겨울 철 내내 베란다에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부사.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1000종이 넘는다. 가격과 맛에서 더 경쟁력 있는 사과를 길러내기 위해 기존 사과의 장점을 교배시켜 개발한 결과다. 그러나 대부분 수확량이 적어 도시의 마트까지는 공급되지 않는다. 영주에 가면 여러 종류의 사과를 맛볼 수 있다. 사과는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서 조생(早生: 8월 10일~8월 30일), 중생(中生: 9월 1일~10월 10일), 만생(晩生: 10월 10일~11월 20일)종(種)으로 나뉜다. 조생종은 뜨거운 여름에도 맛 볼 수 있는 유일한 사과, 아오리가 대표적이고, 지금 한창 출하 중인 중생종으로는 홍로, 양광, 홍월, 시나노 스위트 등이 있다. 추석 이후 등장하는 부사가 만생종의 대표주자. 다음은 영주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과품종이다.

홍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과다. 당도는 높지만 산이 별로 없어 새콤한 맛이 덜하다. 육질이 단단해서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있고 과즙은 적다. 꼭지 주위가 울퉁불퉁한 것이 특징. 큼직하고 모양도 예뻐서 추석 차례상에 많이 올린다.

시나노 스위트

일본에서 개발돼 우리나라에 2년 전 들어온 신품종. 단맛에 신맛이 적당히 가미돼 가장 맛있는 사과로 꼽힌다. 씹자마자 “맛있다!”는 탄성이 나올 정도. 하지만 영주 지역 전체 수확량의 3~4%만 차지할 정도로 재배 물량이 적다.

홍옥

일명 ‘비타민 C’ 사과라고 불릴 정도로 새콤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신맛으로 시작해 씹을 수록 단맛이 우러난다. 영주 농가에선 “비타민을 많이 먹어야 하는 임산부에게 좋다”고 살짝 귀띔 해줬다.

추광

푸석하고 달기만 한 맛에 ‘어라?’ 조금 실망했다. 듣고 보니 사과 중에 맛이 떨어지는 종류라고. 단맛과 신맛이 적당해야 맛있는데 달기만 해서 깊은 맛이 없고 밍밍하다. 위아래가 약간 납작하고 줄무늬가 군데군데 보여 구분하기도 쉽다. 가격도 홍로나 홍옥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

아오리

7월 중순이면 등장하는 녹색사과다. 하지만 웬걸, 농부들이 불그스름한 사과를 ‘아오리’라고 불렀다. “아오리가 원래 녹색인줄 알면 착각”이라는 설명. 실제로는 8월 말이면 제대로 익어 붉은 색이 된다. 그렇다면 녹색사과의 정체는? 하루라도 빨리 사과를 먹고 싶어하는 ‘급한’ 사람들의 욕구 때문에 채 익지도 않고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아오리를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다는 사람이 있는 것도 그 때문. 새콤달콤하고 과즙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익으면 맛이 훨씬 좋다고 하니 내년엔 붉게 변신할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지.

알프스 오토메

조그맣고 빨갛게 생겨서 ‘자두일까?’ 했더니 사과란다. 최근 개발된 신품종이라 아직 재배하는 농가가 적다. 아직까지는 관상용이나 홍보용. 한 입에 쏙 들어가 최근엔 술안주로도 인기라고 한다. 구하기 힘든 만큼 가격도 15㎏ 한 박스에 15만~20만원 정도로 비싼 편.

부사

‘부사를 능가하는 사과는 없다’고 할 만큼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품종.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한국 사람 입맛에 가장 맞는 사과다. 저장 기간도 길어 냉장 보관만 잘 한다면 다음해 7월 달까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채향

아오리 교배종으로 ‘아오리9호’라고도 불린다. 생긴 것도 아오리와 꼭 닮았다. 하지만 신맛이 워낙 강해서 소비자로부터 호응이 없어 재배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 조생인 아오리철이 끝난 후에, 중생인 홍로가 나오기 전에 맛볼 수 있다.

히로사키

일본 히로사키 현에서 개발된 종류로 부사와 맛이 비슷하다. 부사보다 조금 빠른, 9월 중순에 수확된다.


 
 
사과 더 맛있게 즐기기
트로피컬 드라이 푸르트

재료: 레몬시럽(레몬주스 1컵, 설탕 1컵, 물1/2컵), 과일(사과·배·키위·오렌지·자몽·자두·복숭아 등. 수분 많은 수박은 제외)

① 과일을 얇게 자른다. 두꺼울 수록 건조 시간이 길어지고 맛도 떨어진다.

② 냄비에 레몬주스와 물, 설탕(냄비 중간에)을 넣는다. 설탕이 완전히 녹을 때 까지 약한 불에 끓여 레몬 시럽을 만든다. 과일을 레몬 시럽에 잠시 담근다.

③ 전자레인지 유리판에 과일 슬라이스를 올리고 4~5분 정도 돌린다. 집집마다 레인지 성능이 다르고 과일마다 건조시간이 다르므로 레인지 안을 들여다 보고 있어야 과일이 순간적으로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과 따러 가자
사과따기 체험농가


● 영주 농가에서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한 농가당 매년 2000~5000명씩 찾을 정도로 인기다. 농가별로 보유한 사과품종도 가지가지. 딴 무게만큼 값을 치르면 된다. 가격은 1㎏에 5000~8000원 선. 수확시기별로 따거나 구입할 수 있는 품종이 정해져 있으니 미리 전화로 문의하고 가자. 농가별로 체험비를 따로 받는 경우도 있다.

● 영주 사과를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품종·크기·상태 별로 사과 가격도 다양하니 자세히 알아보고 주문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사과 따기 체험을 진행하는 영주 농가들과 구입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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