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각지에서 교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도시에선 민간인 대피가 이뤄졌다. 하지만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 체르니우 등지에선 대피는 커녕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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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군으로부터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 등이 공격을 당한 마리우폴의 바딤 보이첸코 시장은 이날 “지옥의 이틀이었다”며 “러시아군은 30분마다 민간인 건물에 공습을 가해 노인, 어린이, 여성 등 수많은 민간인들을 죽였다”고 맹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리우폴에서만 120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위치한 인구 43만명의 도시 마리우폴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우에서도 수일째 포위 포격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라디슬라프 아트로셴코 체르니우 시장은 이날 온라인 성명을 내고 “거듭되는 폭격으로 주민들의 중요한 기반 시설들이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포위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진입로와 출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지속되는 전투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을 매장할 공간마저 부족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 30만의 체르니우는 벨라루스에서 수도 키이우로 이어지는 러시아군의 침공 경로에 위치해 있는 탓에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동안은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에 성공했지만,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됐다.
아트로셴코 시장은 “지난 며칠간 체르니우에 대한 러시아군의 전투기 폭격이 심해지고 있다. 하루에 17번 폭격을 한 날도 있다. 수십 명이 죽고 다층 건물 수십 채가 파괴돼 주민 수천 명이 살 곳을 잃었다”면서도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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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북부 러시아 접경 도시인 수미와 이지움 등 일부 도시에선 민간인 대피 소식이 전해졌다. 수미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1만 2000명이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갔다고 발표했다. 이지움에서도 민간인 2000명이 버스 등을 통해 대피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이틀간 키이우와 수미에서는 8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대피했다. 우크리이나 정부는 마리우폴은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 합의에도 러시아군의 지속되는 공격으로 민간인 대피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인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4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전투 지역에서 벗어났다”면서 “이로써 인도주의적 통로 개방 이후 대피 인원이 1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이날까지 국외로 도피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2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이 넘는 140만명 이상이 폴란드로 향했으며, 헝가리(약 21만명), 슬로바키아(약 17만명), 루마니아(약 8만명) 등에도 많은 난민들이 유입됐다.
니혼게이자이는 “휴전·정전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교전이 격렬해지고 있는데다, 식량 및 의료품 부족 등으로 국외 도피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