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영업망과 현금흐름을 갖춘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금융·세제 인프라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정책 대응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이 드는데 물려줄 사람이 없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CEO의 평균 연령은 제조업 55.3세, 서비스업 53세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제조업 CEO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2년 33.5%로 10년 새 2.4배 증가했다. 업력 20~30년의 전통 제조업체가 많아 경영자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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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승계 이슈는 경영권 매각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모멘스투자자문이 올해 4~6월 중소기업 매각 의향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매각 이유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 31.4%로 가장 많았고 ‘건강 혹은 은퇴 이슈’가 23.7%로 뒤를 이었다. 특히 산업군별로 제조 및 건설업, 음식료업(F&B)에서는 매각 이유로 은퇴 이슈를 꼽은 응답자가 40%를 넘었다.
여기에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 부담도 기업 매각 결정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범 6개월 만에 첫 성사…제도 정비는 이제 시작
이에 따라 정부도 승계형 M&A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제도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를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1월 기술보증기금 내에 ‘M&A 지원센터’를 설치해 기업승계형 M&A 전담 지원에 착수했다. 매도·매수 기업 정보망 운영과 자문·중개 연계, 기술 탈취 방지 시스템(TTRS) 제공, 인수 자금 보증 등 거래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6월에는 업력 20년 이상 제조 중소기업 2곳의 승계형 M&A를 성사시키며 첫 성과를 냈다. 모두 60세 이상 경영자가 자녀 승계가 어려워 동종 업계 중소기업에 회사를 넘긴 사례였다. 기보는 실사와 컨설팅을 거쳐 인수자금 28억5000만원을 보증해 거래를 지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아직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기업승계형 M&A 잠재 수요를 2022년 기준 약 21만건으로 추산한다. 특히 제조업에서 후계 공백이 집중되면서 향후 10년간 매물 공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비해 현재 보증 규모와 지원 건수는 연간 몇 건에 불과해 정책 효과가 시장 전체로 확산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M&A 자문사 대표는 “금융권 자금조달이 어려워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보증 규모를 늘리고, 정책금융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장기 자금이나 공동투자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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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업승계형 M&A에 적용되는 특례보증 한도는 최대 100억원 수준이다. 중소 제조기업 인수자금과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금융기관의 인수금융 시장도 미성숙해, 전략적 투자자(SI) 외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할 여지는 크지 않다. 금리 부담이 높은 환경에서 인수자금 조달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거래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세제 측면에서도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친족 승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제3자 승계에는 직접적 혜택이 없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승계형 M&A에 대해서도 세제 특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력과 정보 비대칭 문제도 크다. 중소기업 거래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자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매도·매수자 매칭 플랫폼도 초기 단계다. 글로벌 IB나 회계법인 중심의 기존 시장 구조로는 지역 제조기업 등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비슷한 고령화 문제에 대응해 2000년대 후반부터 경영승계법 제정, 지역 금융기관·PEF와의 연계 등으로 M&A 시장 기반을 조기에 마련했다. 저금리 환경을 바탕으로 민간 자본이 승계 파트너로 적극 참여하며 시장을 키운 것도 특징이다. 반면 한국은 금리와 세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 FI 참여가 제한적이고, 정책 지원도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업계는 향후 기업승계형 M&A 시장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매물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갖춘 전통 제조기업은 전략적 투자자뿐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 거래로 이어가기 위해선 정책의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지금처럼 개별 거래 중심으로만 시장이 움직여서는 급증하는 승계 매물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민간 자본과 장기 정책자금, 세제 특례 등을 결합한 종합적 지원 체계를 빠르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