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혼다와 닛산이 이달 31일 차세대 차량에 탑재할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분야의 협업에 정식 합의하고 이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차량용 OS와 차량용 컴퓨터를 공통화해 2029년 신형 차량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SDV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차량의 기능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개념이다. 자동차의 경쟁력이 엔진과 차체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능력으로 이동하면서 미래차 시장의 핵심 경쟁 분야로 떠올랐다. 테슬라를 비롯해 중국의 BYD 등 전기차 업체들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개선하고 있다.
차량용 OS는 SDV의 ‘두뇌’에 해당한다. 차량용 컴퓨터에 탑재돼 차량 제어와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합적으로 제어한다. 기존 자동차가 기능별로 여러 전자제어장치(ECU)를 사용하는 구조였다면 SDV는 고성능 컴퓨터와 통합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차량 전장 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협력에서는 닛산이 개발해온 차량용 OS와 ECU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혼다의 기술과 노하우를 결합해 공동 시스템을 개발한다. 전기차(EV)는 물론 하이브리드차(HV)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종에도 적용하기 쉽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양사는 그동안 지식재산권과 기술 사용 조건 등을 놓고 세부 내용을 조율해왔으며 최근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이 지분을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도 공동 개발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 회사가 시스템을 공통으로 사용하면 개발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차량에 탑재되는 OS와 차량용 컴퓨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부품 조달과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차량에서 축적되는 주행·운행 데이터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자율주행과 차량용 AI 기술 개발 경쟁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혼다·닛산·미쓰비시자동차의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합계 약 730만대에 달한다.
이번 협력은 세 회사가 미래차 경쟁에서 독자적으로 모든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DV는 차량 출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만큼 기존 자동차 개발 방식보다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혼다와 닛산은 2024년 3월 SDV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협업을 검토하기로 발표한 뒤 약 2년간 기초적인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같은 해 12월에는 경영 통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지만 이듬해 2월 협상이 결렬됐다. 경영 통합이라는 큰 틀은 사라졌지만 미래차 기술 분야에서는 협력의 필요성이 남은 셈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엔진과 생산 규모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컴퓨팅 능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양사가 ‘회사’를 합치는 대신 ‘차량의 두뇌’를 공유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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