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플랫폼·인프라 'K원팀' 수출전략 필요

한전진 기자I 2026.02.20 06:10:20

[국경 넘는 K이커머스]③
정연승 단국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인터뷰
K상품 부가가치 해외플랫폼에 쌓여
상품·커머스 손잡고 공략할 ''적기''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해외에서 K뷰티와 K푸드가 잘 팔리지만, 부가가치는 외국 플랫폼에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K프로덕트(상품)와 K이커머스가 함께 나가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숙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 플랫폼은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반면, 국내 플랫폼은 내수에 갇혀 있는 역설적 구조”라며 “내수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외국 플랫폼의 침투는 빨라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 방인권 기자)
정 교수는 특히 한류 K제품의 해외 인기가 정점에 이른 현 시점을 ‘결정적 시기’로 봤다. 그는 “제품만 해외로 나가고 유통이 따라가지 않으면 고객 데이터와 결제, 브랜드 경험은 모두 외국 플랫폼에 남는다”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유통하며 지식재산권(IP)과 수익 구조를 흡수한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유통을 놓치는 순간 산업의 주도권도 함께 넘어간다는 경고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 교수는 K이커머스의 역할을 단순한 ‘판매 채널’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는 “결제·물류·데이터·콘텐츠를 아우르는 유통 생태계 자체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판매 이후의 소비자 데이터와 운영 경험, 수익 구조가 국내에 축적된다”고 했다. 앞으로 플랫폼이 수출 전략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 교수는 개별 기업의 단독 진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제조사와 유통 플랫폼, 콘텐츠 기업, 물류·결제 인프라, 정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K원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이 따로 움직여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며 “원팀 전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설계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의 전환도 주문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통관, 번역, 시장 정보 제공 등 방관자 식의 지원에 머물러 왔다”며 “앞으로는 유통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전체를 수출 전략의 대상으로 보고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전자상거래 보세구역’을 사례로 들며, 통관·결제·물류·사후 관리까지 플랫폼 단위로 묶어 설계한 제도들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품·결제·배송·고객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수출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강화되는 플랫폼 규제 기조에 대해서는 구분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정보 보호와 보안은 엄격히 관리돼야 하지만, 그것이 플랫폼의 성장과 해외 진출까지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 보호와 시장 확장, 규제와 육성은 분리해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불공정 관행은 바로잡되, 플랫폼의 정상 영업과 글로벌 확장은 전략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다.

끝으로 그는 “아마존이나 알리 같은 종합 플랫폼을 당장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K뷰티·K패션·K푸드처럼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는 승산이 있다”며 “버티컬(전문몰) 특화 플랫폼을 중심으로 ‘K유통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플랫폼의 국적보다 어떤 팀을 구성해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뚫느냐가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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