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신장이식 환자에게 이식 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경우, 이식 후 대상포진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허경민 교수, 삼성창원병원 감염내과 김시호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및 신장내과 연구팀은 신장이식 환자에게 이식 전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면 이식 후 대상포진의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감염병 분야 국제 권위지인 ‘임상 미생물과 감염(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n)’ 최근호에 발표했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에서 이식 전 대상포진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포진은 신장이식 수혜자와 같은 면역저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데, 발병 시에 심한 통증과 피부 병변이 생길 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이 장기간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유전자 재조합 사백신이 도입되기 전까지 대상포진 예방에는 생백신이 사용되었고, 장기이식을 받기 4주 전까지 생백신 접종이 권고되어 왔다. 신장 이식환자에게서 이러한 예방접종이 적절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실제 대상포진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지는 현재까지 증명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이식 전에 대상포진 생백신을 접종받은 환자 84명을 포함해 총 424명의 신장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이식 전 접종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환자에서 5년간 대상포진 발병률은 1000인년당 26.27건(11.9%)으로 일반 인구 집단보다 2~3배 가량 높았다. 연구 결과 이식 전 생백신을 접종 받은 환자군의 5년간 대상포진 발병은 1000인년 당 9.16건이었던데 비해 이식 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군은 1000인년당 30.36건으로, 생백신을 접종 받은 환자군에서 대상포진 발병률이 3.31배 더 낮았다.
대상포진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인자인 이식 방법이나 이식 시 면역억제의 종류, 만성신부전의 원인, 이식 장기 거부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접종군에서 대상포진 발생 위험비가 0.18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신장이식을 받는 환자에서 이식 전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현재 지침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수립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예방접종은 장기이식을 받은 분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대상포진에 대해 효과적인 예방법이므로 의사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식을 계획 중이거나 받으신 분들도 예방접종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에 신뢰를 가지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바란다” 며 “최근 도입된 사백신은 이식 후에도 접종이 가능하고 뛰어난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