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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여의도에 위치한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다수결 원칙 속에서 소수의견을 존중한다는 민주주의 원리만 지키면 협치는 자동적으로 된다”며 “이 원리는 지키지 않고 장관 한두 자리를 줄 테니 협치하자는 건 꼼수”라고 청와대를 직격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아닌 민주당정부라고 하더니, 옛날 대통령과 똑같다”며 “집권당을 무력화해서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니 야당이 여당을 상대 않고 곧장 청와대를 공격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동기를 의심할 순 없다. 국익을 우선시하는 문 대통령의 동기는 선하다고 본다”면서도 “방법이 잘못되면 동기가 아무리 좋아도 안 되는 것이다. 힘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놨다.
민주당을 향해선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원활히 할 책임정치의 의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 의무가 있는데 청와대가 나서면 쏙 들어가버린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여당할 때나 자유한국당이 여당할 때나 한국정치가 달라진 게 무엇이 있나”라며 “두 세력은 본질적으로 같은 세력”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권위주의 시절의 폐습이 청산되지 않은 상태로 쭉 내려왔기 때문”이라 짚었다.
윤 전 장관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새로운 시대를 이끌 국정운영 원리를 만들고 제도를 바꾸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그러다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선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반동마저 나타나 촛불을 맞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산업화는 단시일에 이뤘지만 정치와 문화는 압축성장이 안 된다. 오늘날 유럽이 누리는 정치적 안정은 200년 이상 걸린 것이잖나”라며 “가능한 한 대가를 덜 지불하면서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윤 전 장관의 주문은 여당으로서의 민주당 역할 강화였다. 그는 “집권당을 활성화해서 자기 역할하게 해줘야 한다.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서 끈질기게 노력해도 야당이 막무가내로 말을 듣는다면 그 뒤엔 국민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선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고도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한 적 없다”며 “야당 대표 때엔 비판하고도 정작 대통령이 된 후엔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을 들은 건 아이러니”라고 했다. 그는 “어느 쪽이 먼저냐를 따지면 끝이 없다. (문재인정부에선) 야당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