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집 지킬래”…산불 대피령 어긴 美배우, 극적 구조

권혜미 기자I 2025.01.12 16:35:59

미국 로스엔젤레스 덮친 ‘대형 산불’
배우 세바스찬 해리슨, 자택도 피해
대피령 안 지켰다가 고립, 구조돼
“지옥…바다에 뛰어들 준비까지”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지난 7일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초대형 산불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할리우드 배우 세바스찬 해리슨(60)이 자신의 자택에 난 불을 끄겠다며 대피하지 않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해리슨은 7일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LA 말리부에 있는 자택으로 곧장 달려갔다. 앞서 그는 2010년 240만 달러(약 35억원)에 말리부의 맨션을 매입했다.

사진=세바스찬 해리슨 SNS
하지만 해리슨이 도착했을 때 이미 집 가장자리는 불씨가 옮겨붙은 상황이었고, 그는 우선 아버지인 리처드 해리슨(89)을 구출한 뒤 집에 옮겨붙은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해당 지역엔 ‘대피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할리우드 스타를 포함한 수만 명의 주민들이 이미 대피를 시작한 상태였으나 해리슨은 “재산을 지키겠다”며 대피령을 무시하고 집에 남았다.

그는 호스를 잡고 물을 끌어와 지붕에 뿌리는가 하면, 야외 정원에 있던 가구들을 모두 치우는 등 노력했지만 불길은 갈수록 더 거세졌다. 결국 해리슨도 탈출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리슨은 당시 상황에 대해 “모두가 떠났지만 나 혼자 남은 상황이었다.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판단했을 땐 이미 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화재로 인해 수많은 스타가 재산을 잃었지만, 해리슨만큼 불길 가까이 있었던 스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후 해리슨은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아 불길 속에 고립됐다. 해리슨은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산불 피해를 입은 해리슨의 자택.(사진=세바스찬 해리슨 SNS)
해리슨은 “지옥이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다가 갑자기 엄청난 돌풍이 불더니, 주변에 주황색 불꽃 벽이 나타났다. 불꽃과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바위 뒤로 몸을 숨겨야 했다. 필요하다면 바다로 뛰어들 준비도 되어 있었다”고 끔찍한 광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시동이 걸리는 차를 찾아내 현장을 탈출한 해리슨은 이날 오후 9시쯤 해리슨 아내의 신고로 출동한 현지 소방 당국에 의해 간신히 구조됐다.

이후 해리슨의 아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산불 피해를 본 자택의 모습을 공개했다. 아내는 “불꽃 때문에 집은 파괴됐지만 우리는 이 집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매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으며 응원과 사랑을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해리슨은 미국 B급 영화계의 베테랑 배우인 리처드 해리슨의 아들로, 이탈리아 로마 출생의 미국인이며 소자본 독립 영화 등에 주로 출연한 배우로 알려졌다. 현재는 지역 무선통신사업체 ‘셀룰러 어브로드’를 이끄는 기업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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