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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연 투자 물꼬...글로벌 큰손, 전력 인프라부터 국채까지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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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지 기자I 2026.10.13 06: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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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한국 자본시장] ②
FDI 1~3분기 229억달러…첨단산업 중심 자금 유입
반도체·AI 생태계 타고 비상장·인프라 투자 확대
글로벌 인력 방한 잇따라…펀드레이징 넘어 투자처 물색
관건은 일회성 관심 넘어 장기 자본배분 시장으로 안착

이 기사는 2026년10월12일 18시4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박소영 기자] "한국은 기술력과 우수한 인재, 경쟁력 있는 기업, 성장 잠재력을 두루 갖춘 만큼 아시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올해 들어 한국을 찾은 글로벌 운용사와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를 종합한 말이다. 인공지능(AI) 확산을 계기로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 대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상장주 중심이던 한국 투자가 최근에는 비상장 기업과 인프라, 채권 등으로 넓어지면서 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자본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제조업 생태계가 만든 투자처…비상장·인프라로 확장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은 229억달러(약 30조77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고 실제 투자 집행액도 30.6% 늘었다. 화학공업과 의약에 이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도 투자가 이어졌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체감상 해외 IB의 국내 기업탐방 요청이 작년 대비 2배 늘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작년에도 이미 전년도에 비해 두배 정도 늘었다는 점에서 최근 2년새 네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시장에 투자해본 적이 없는 투자자들도 한국을 찾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과 공급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과 AI 반도체 스타트업까지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한국을 찾은 프랑스계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만과 일본에 반도체 관련 투자 대상이 상대적으로 많아 한국은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정도에 그쳤다"며 "최근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투자 대상이 다양해졌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비상장 시장에서도 해외 자본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올해 프리IPO 과정에서 4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거론받으며 대규모 자금 유치에 나선 바 있다. 과거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형 반도체 상장주를 통해 한국 시장에 접근했다면, 이제는 성장 단계의 기술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도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기업 투자가 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역시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증설에는 대규모 전력과 냉각, 통신망 등이 필요한 만큼 산업 성장이 곧 인프라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발전과 송전, 전력망 전반에서 투자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게 글로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실제 글로벌 운용사들은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묶어 한국 인프라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KKR은 SK와 2조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플랫폼을 추진하는 동시에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분리해 설립하는 SK호라이즌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브룩필드 역시 네이버·엔비디아와 손잡고 국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영국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과 AI·전기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개발 수요, 지역 물류를 지원하는 운송 인프라 등은 주요 투자 기회"라며 "한국은 특히 데이터센터와 물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실물자산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채까지 담는 글로벌 자금…지속성이 관건

글로벌 자본의 관심은 기업과 인프라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 국채가 지난 4월부터 FTSE 러셀의 세계국채지수(WGBI)에 단계적으로 편입되면서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장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외국인의 국고채 누적 순매수액은 약 42조4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10년물과 30년물 등 중장기 국고채에서도 수조원 규모의 순매수가 이뤄졌다. 최근 들어 외국인의 국고채 매수세가 둔화하고 단기물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WGBI 편입으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한국 국채 투자 기반이 넓어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을 단순한 자금 모집처가 아닌 실제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해외 운용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을 비롯한 해외 운용사들은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한편 한국 시장의 투자 여건과 자산배분 기회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과거 한국이 아시아 펀드레이징 거점 중 하나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실제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투자처로서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다만 최근의 관심이 장기적인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상장 시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여건이 여전히 걸림돌로 꼽히고, 규제 불확실성과 원화 변동성, 기업 지배구조 문제도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를 지속적인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반도체와 제조업에서 시작된 관심이 비상장 기업과 전력·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국채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다른 흐름"이라며 "앞으로 관건은 이 같은 관심을 일회성 자금 유입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자본 배분으로 이어가느냐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자산군에서 한국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코리아 프리미엄의 지속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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