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오는 30~31일 스웨덴 룰레아에서 무역·기술위원회 회의(TCC)를 열고 중국의 부상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양측은 회의에 앞서 중국 등과 같은 적대적인 국가와 관련해 민감한 기술에 대한 투자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블룸버그가 입수한 TCC 성명 초안에서 “우리 기업들의 자본, 전문성 및 전문지식 등이 전략적 경쟁국(중국)의 기술발전을 지원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며 “해외 투자 경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조정할 것”이라고 명기했다.
두 파트너는 레거시 칩 등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의 시장경쟁 저해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도 내놓을 전망이다. 양측은 성명 초안에서 “(중국의) 반(反)시장적 정책 및 관행, 이에 따른 시장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EU는 현재 중국 정부가 통제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투자펀드의 시장 왜곡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공펀드를 포함한 정부 지원을 받는 제3국 펀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반도체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과 EU는 성명 초안을 통해 “미국과 EU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공 지원과 관련해 바닥을 향한 (보조금) 경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EU의 반도체 투자는 미국 공급망 탄력성을, 미국의 반도체 투자는 EU의 공급망 탄력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 중단에 대한 조기 경고 메커니즘과 칩 산업에 대한 공공지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투명성 메커니즘도 공동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과 EU는 이외에도 이번 TCC를 통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및 차세대 무선통신(6G)을 포함한 신기술과 관련해서도 중국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안보가 EU와 주요7개국(G7)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EU는 중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나, 단일 블록만으로는 중국 등의 국가안보 위협을 해결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EU는 미국을 포함한 G7과 공동대응하는 새로운 정책 옵션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9~21일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됐다. EU는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이 아닌 디리스크(안보 위험 제거)를 추구하고 있다.
EU의 한 관리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관련한 새로운 합의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조금 정책 때문에 양측 간 마찰이 있었지만, 현재는 합의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양측의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TCC는 네 번째 회의로 EU의 다음달 경제안보 전략 발표를 앞두고 개최된다. 성명서 초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변경될 수 있으며, 이번 주 안에 최종안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