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들, 내부망서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있나” 갑론을박

홍수현 기자I 2025.01.18 17:36:06

재판연구관 판사, 법원 내부망에 글 올려
쟁점 두고 다양한 의견 쏟아져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한 현직 판사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연구관 백모 판사는 전날 오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공수처는 수사권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백 판사는 “헌법 84조의 내란 또는 외환죄에 해당하지 않는 직권남용죄로 수사할 수 있는지, (내란죄가) 공수처법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공직자가 범한 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두 가지가 공수처의 수사권과 관련한 쟁점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이해로는 (대통령) 재직 중 소추가 불가한 직권남용죄 등으로 적어도 강제수사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며 “강제수사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강제수사의 시한 등으로 실질적으로 재직 중 소추가 불가하다는 헌법 제84조와 충돌돼 강제수사 자체가 실효성이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권남용죄가 내란죄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우 관련 범죄의 명목으로 공수처 권한이 아닌 내란죄를 수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논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법원이 그동안 쌓아왔던 절차에 관한 논의들이 소중히 지켜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댓글을 단 판사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A부장판사는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에 내란죄는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문언 자체의 해석에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불소추특권은 기소만이 아니라 수사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요즘 문제 되는 사안에 대하여 수사 및 기소권이 없다고 보아야 맞다”는 댓글을 남겼다.

반면 B부장판사는 “공수처법상 직권남용죄의 관련범죄가 내란죄가 되면 안 되는 법적 근거가 뭐냐”며 “형량의 경중에 따라 중한 범죄 관할권이 있어야 경한 범죄까지 관련사건으로 다룰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관련 사건으로 되지 않는다는 확립된 법리가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중한 범죄인 내란죄를 수사하다가 상대적으로 경한 범죄인 직권남용죄를 관련사건으로 다를 수 있다면, 그 반대의 경우인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다가 관련 범죄로 내란죄도 수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비상계엄 사태로 하루아침에 발생한 극심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우리가 가진 사법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절차가 상당한 진통을 거쳐 진행 중인 이 시점에 법원 판사가 ‘본말이 전도된 논리’라는 정도의 이유로 절차의 근본적 사항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사안의 엄청난 중대성에 비추어 납득할 수 없다”며 “구체적이고 명확한 논리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백 연구관은 “다만 직권남용죄가 따로 성립하지 않는데 내란죄만 남을 경우 실질적으로 내란죄를 공수처가 수사한 것이 되므로, 공수처 권한을 제한한 법률 규정이 무의미해질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적었다. B부장판사는 “나중 법원의 죄수(범죄의 수) 판단을 현재 수사권 유무를 가리는 데 고려해야 한다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이 2차 비상계엄을 계획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비상계엄을 추진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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