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아 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소장(중어중국학과 교수)은 15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까지 시위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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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이번 홍콩 시위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안에 다른 두 체제가 공존할 수있다는 원칙) 이행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할 당시 양측은 오는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정치, 입법, 사법체제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홍콩에선 이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장 교수는 “중국은 홍콩의 목소리를 억눌러 왔다. 애국주의 교육, 직선제 불허, 고속철 열차 내부 등 홍콩 일부 지역에서 중국 법을 적용하는 일지양검(一地兩檢)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은 독립이 아니라 중국의 개혁과 민주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홍콩인들은 중국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양쪽 남녀 간 혼인이 크게 늘었고,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민해 정착한 인구도 100만명에 달한다”면서 “대다수는 중국이 조금 더 나은 조국, 즉 민주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홍콩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연령·성별을 불문하고 100만명이나 거리로 나오게 만든 핵심 이유는 “자유가 사라지고 개인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라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송환법이 통과되고 나면 범죄인 인도시 최소한의 견제 기능인 의회 심의가 사라진다. 특히 홍콩시민은 물론, 홍콩에 피신해 있는 중국 인권운동가 및 반중국 인사,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홍콩을 경유하거나 홍콩을 여행하는 관광객 등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장 교수는 “국적을 불문하고 중국 법을 위반한 사람이 홍콩에 있다고 판단되면 중국 정부는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나 직원, 외국인 투자자 등이 법안 통과시 홍콩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홍콩인들은 정작 수많은 시위들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좌절하고 있지만,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 지도부에선 사사건건 반기를 드는 홍콩인들에 대해 “애국심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유일한 성공 사례는 2003년 국가안전법 철회인데, 이는 중국이 홍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홍콩 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국가의 행태도 중국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영국 의회는 반대파 인사들을 불러 연설을 듣고 영웅시하기도 한다.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만 해도 이미 홍콩에선 신뢰를 덜 받고 있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그와 같은 인사들을 한껏 추켜세운다”면서 “마치 다시 영국 정부의 통치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중국 입장에선 곱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정부가 송환법 심의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장 교수는 중국 정부도 예전과 달리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03만 시민이 거리에 나섰고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법안 통과가 무기한 연기됐다. 과거에도 잠정 연기된 적은 많았고, 결국에는 강행됐다. 하지만 100만 시위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문제는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게 내정간섭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후 더 강경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장 교수는 홍콩인들이 한국이 어떻게 민주화를 이뤄냈는지 알고 싶어하고, 또 한국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홍콩 시위대는 ‘임을 위한 행진곡’개사해 광동어와 한국어로 불러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장 교수는 “홍콩은 실제로 한국과 많은 연대활동을 그동안 해왔다. 다만 우리는 ‘우리 정부’를 바꾸려고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은 홍콩 정부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중국 정부가 변해야 한다. 이 차이는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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