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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여왕은 이날 새해 전야 연설에서 재위 52주년이 되는 오는 14일 프레데리크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1972년 즉위한 마르그레테 여왕은 덴마크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다. 현재 재위 중인 다른 나라 군주와 비교해도 하사날 볼키아(56년) 브루나이 술탄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유럽에선 첫 번째 장수 군주다.
여왕은 지난 2월 허리수술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에 책임을 물려줘야 할 때가 된 지도 모르겠다”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마르그레테 여왕은 덴마크 왕실을 현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왕위를 이어받게 된 프레데리크 왕세자를 포함해 두 왕자 모두 평민과 결혼했다. 또한 국민 부담을 줄이고 손자들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차남 슬하 손자녀의 왕족 지위를 박탈했다. 애연가로 유명하며 번역가, 소설 삽화가와 영화 의상·세트 디자이너로 활동할 정도로 활발한 성격이지만 현실 정치와는 엄격히 거리를 뒀다. 라스 호브바케 쇠렌센 덴마크 압살론직업대학 교수는 “여왕의 인기 비결은 그가 철저히 비정치적이었다는 것이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마르그레테 여왕은 덴마크의 표상으로서 오랜 기간 동안 우리가 국민으로서, 국가로서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언어와 감정을 불어넣어 줬다”고 했다.
최근 유럽에선 생전에 후계자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군주가 늘고 있다. 2013년엔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이, 2014년엔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가 각각 아들에게 양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