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상하원은 이날 양원 합동회의를 열어 780대 72로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지할 자유가 보장되도록 그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헌안을 의결했다. 전 세계에서 낙태권(임시중지권)을 헌법으로 보장한 나라는 프랑스가 처음이다.
개헌을 주도한 멜라니 보겔 상원의원은 “프랑스는 낙태권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의 전제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에서 “오늘 프랑스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며 누구에게도 그들을 대신해 그들의 몸을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고 썼다.
개헌안이 통과된 직후 에펠탑엔 ‘내 몸은 내 선택’이란 메시지가 띄워졌다. 양성 평등 운동가인 사라 뒤로셔는 이번 개헌은 “페미니스트의 승리이자 낙태 반대 운동가의 패배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 주교회의는 낙태는 ‘인간 생명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번 개헌에 반대했다.
프랑스는 1972년 성폭행으로 임신한 미성년자의 낙태와 기소 사건을 계기로 1975년 낙태를 합법화한 바 있다. 임신 14주차까지는 건강보험으로 낙태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낙태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려는 건 이를 확고부동한 권리로 못 박기 위해서다.
특히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던 기존 판례를 뒤집으면서 프랑스에선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지난해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내 응답자 중 56%가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개헌이 연금·이민개혁과 농민시위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지율을 반전시킬 것이란 관측도 있다. BBC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개헌 추진에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진보 표심으로 모으고 극우 세력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