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22차 위원회 회의에서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외국은행이 국내 지점을 폐쇄하거나 사업을 축소할 때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뉴욕멜론은행은 서울 지점의 신탁 업무를 종료하고, 기업 수신 기능은 남겨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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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은행이 사업 전략을 바꾸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월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발표했다.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수자를 찾았지만 불발되고 결국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이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받은 상태며, 금융당국과는 소비자보호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앞서 캐나다 3위 은행인 노바스코셔은행도 지난 10월 서울 지점을 폐쇄했다. 노바스코셔은행은 본사 차원에서 북미와 남미 등에 영업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아시아권에서 순차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이 줄줄이 한국 사업의 전략을 바꾸는 배경에는 정부 규제 및 수익성 악화 등이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한 뒤 대출 증가 규모, 예대금리 차, 배당 성향까지 금융당국이 컨트롤에 나서며 금융권의 영업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맞추기 위해 시중은행들로부터 월별 증가율을 보고받고 있다. 내년에는 증가율이 4%까지 줄어들어 금융사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악화도 지속 되고 있다. 씨티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4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총 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2019년 대비 33% 줄었다. 이번에 국내 사업 축소 결정을 내린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도 9월말 기준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규모가 늘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서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불리고 있다”라며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보호 명목하에 정부의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졌고, 이에 따라 시장이 경직되면서 외국계 은행입장에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