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에피소드:2, 탈춤''
탈춤·힙합 뒤섞인 파티장
전통예술 확장 가능성 보여줘
[김혜라 춤비평가]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전통예술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전통의 원형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보여준 공연이 등장했다. 바로 링크 서울(LINK SEOUL)과 댄스 레이블 꼬레오(COREO)가 주관한 ‘에피소드:2, 탈춤’이다.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1일까지 마포 레이어 스튜디오11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봉산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다. 특히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강력한 팬덤을 확보한 기무간, 김시원, 김재진을 비롯해 김지후, 손승리, 김관지, 그리고 힙합 아티스트 우원재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 | ‘에피소드:2, 탈춤’의 한 장면(사진=링크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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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탈춤을 단순한 ‘유물’이 아닌 트렌디한 ‘문화 콘텐츠’로 치환해 젊은 층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수익금 일부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부하는 전략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사회적 선순환까지 꾀했다. 전시장 겸 공연장인 스튜디오는 힙한 파티장으로 변모했다. 관객들은 칵테일을 손에 들고 탈과 춤, 소리와 힙합이 교차하는 크로스오버의 현장을 목격했다. 격식을 갖춘 극장을 벗어나 스튜디오의 자유로운 공간에서 탈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파고든 점은 예술적 영민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긴 복도형 무대에서 삼현육각의 연주와 함께 과거 마당놀이의 신명이 재현됐다. 소무의 자태에 무너지는 노승, 취발이와의 갈등, 돈으로 사랑을 사는 치졸함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이어 등장한 사자는 단순한 포식자가 아닌, 인간의 죄를 묻고 회개와 용서로 이끄는 해학적 심판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원형의 미덕을 살렸다.
 | | ‘에피소드:2, 탈춤’의 한 장면(사진=링크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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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은 현대적인 감각이 극대화된 지점이다. 춤꾼들은 탈을 쓴 채 수트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 여기서 현대인의 수트는 곧 사회적 페르소나, 즉 ‘가면’으로 기능한다. 무대 위에 정렬된 운동화, 군화, 하이힐 등 ‘신발’ 오브제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문명의 질서를 상징한다. 질서를 유지하려는 먹중(김재진, 김지후)과 이를 무너뜨리며 등장하는 무질서의 아이콘 취발이(김관지)의 대비는 강렬했다. 노장(기무간)과 소무(손승리)의 관계는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으로 묘사됐다.
마지막 3장은 과거와 현재의 탈꾼들이 대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응축된 움직임을 통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의 본능을 증명한다. 하이라이트는 우원재의 날카로운 래핑과 사자춤의 결합이다. 전통의 ‘신명’과 현대의 ‘스웨그(Swag)’가 결국 같은 뿌리임을 시사하며 축제처럼 막을 내린다.
이번 공연은 봉산탈춤을 완벽히 재현하기보다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했다. 현대의 먹중은 미디어 뒤 익명의 존재로, 노장은 실존적 고뇌에 빠진 인간으로 재탄생했다. 무용수들과 봉산탈춤보존회 연희꾼의 협업은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굿거리·타령·힙합을 넘나드는 리듬은 전통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힙한 이미지’로만 소모되지 않으려면, 탈춤이 지닌 저항정신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에피소드:2, 탈춤’이 단순한 공연을 넘어 전통의 생명력을 연장한 문화적 사건이 되길 기대하며 링크 서울이 그려낼 다음 에피소드가 벌써 기다려진다.
 | | ‘에피소드:2, 탈춤’의 한 장면(사진=링크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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