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60여년만에 처음으로 3년 연속 하락한 미국 증시가 과연 올해는 약세장의 깊은 골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새해를 맞은 월가에선 예년과는 달리 낙관적인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며 일부 전문가들은 4년째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 품기엔 너무 깊은 상처
미국 주식시장의 거품이 터진 지난 2000년 말엔 주가 급락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반등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2001년을 보내고 2002년을 맞으면서도 9.11테러의 충격을 비교적 잘 이겨낸 미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신뢰가 더 컸다.
이번엔 상황이 다른 듯 하다. 3년째 하락의 충격도 충격이지만 2002년의 하락폭이 이전 2년보다 더 컸다는 점에서도 투자자들은 실망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해 미국 주식시장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23.4% 하락해 197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연초 대비 16.8% 내렸고 나스닥지수는 31.5% 미끄러졌다.
미국 시장 거래종목의 대부분을 포괄하고 있는 월셔5000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22.1%, 최고점인 지난 2000년 3월과 비교하면 43% 하락했다. 주식시장의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3월 이후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가운데 7조4000억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기간 미국인들은 1인당 평균 2만6000달러의 손해를 본 셈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리서치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쳐 현재 자산운용사를 운영하고 있는 제임스 와이스는 "이번 약세장은 지난 73~74년보다 더욱 심각한 것 같다"면서 "투자자들의 좌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연속 하락" 가능성 배제 못해
기업 실적조사 업체 톰슨퍼스트콜의 찰스 힐 이사는 올해도 미국 기업들의 수익 증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수익 전망치가 너무 높게 잡혀 있으며 수익 증가에 기반한 빅 랠리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실망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지난 해 내내 경고했었던 힐 이사는 올해도 같은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계속 수익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다. 이들은 6개월 전만 해도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수익 증가율을 25%로 추정했으나 지금은 12%로 대폭 낮춰 잡았다. 힐 이사는 1분기 실적 발표 직전인 4월경엔 전망치가 5% 정도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힐은 "지난 해 초만 해도 3년 연속 하락은 있을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사상 최대의 거품이 붕괴됐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4년 연속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뮤추얼펀드사 와델&리드의 CIO인 헨리 허먼 역시 "올해도 증시가 하락할 위험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미 증시가 미약하나마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라크와의 전쟁 발발과 같은 변수들이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밀러타박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 필 로스는 "4년 연속 하락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버블기 미 증시가 9년 연속 상승했던 유례없는 기록에 대해서는 왜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올라도 상승폭 미미할 것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올해 실제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년 연속 하락가능성도 있다"는 유보 조건을 달고는 있으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돌려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기대되는 상승폭이 매우 미미하다는 것.
이라크 전쟁에서의 신속한 승리와 같은 시장외적 변수들이 급격한 지수 반등을 가져올 가능성도 물론 있다. 경제와 지정학적 요인들에 대한 불안감으로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로 빠졌던 자금들이 주식시장으로 되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즐거운 놀라움"을 느낄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US트러스트의 CIO인 프레드 테일러는 미국 주식시장이 아직도 고평가돼 있다는 점을 들어 S&P지수가 올해 10% 정도의 완만한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와델&리드의 허먼도 올해 미 증시가 상승한다해도 인상적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 증시가 특히 심한 침체를 겪었던 직후인 지난 1942년과 1979년 각각 8%, 4%의 상승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고 지적하고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비관적인 전문가들의 경우엔 MMF 수익률의 하락과 같은 증시에 우호적인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약세장의 종말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문제다. 그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S&P지수 편입종목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올 수익 추정치 기준 17배로 통상적인 약세장 종말기의 13배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로의 자금 흐름도 강세장의 도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로리스리포트의 대표 폴 데스몬드는 약세장의 끝을 암시하는 "패닉 셀링"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10월 이후의 랠리기에도 적극적인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월 초가 진정한 바닥이었다면 투자자들이 이후 그렇게 매수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