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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추가세수, R&D·청년일자리 등 '동반성장'에 써야”[만났습니다]①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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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I 2026.08.26 0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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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인터뷰
“억대 성과급과 최저임금, 극단적 격차…교정 필요”
“초과이익공유, 사회주의적 발상 아냐…미국·영국 기업도 채택”
“반도체호황, ‘양극화’ 병폐 드러내…할리우드처럼 초과이익 공유를”

[이데일리 김미영 하상렬 기자] “반도체업계의 슈퍼사이클은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양극화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억원대 성과급과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 한 산업 생태계 안에 공존하는 것을 자본주의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시장의 힘만으로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제도적 ‘교정’이 필요합니다.”

최근 반도체 호황을 업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과 ‘추가세수’가 등장하면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주창해온 ‘동반성장’과 ‘초과이익공유제’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 기업과 근로자간의 ‘K양극화’를 더욱 심화하기 전 동반성장을 촉진하고 초과이익공유제를 정착시킬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 이사장의 견해다. 일부 대기업은 직원에게 억대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동안 협력업체와 그 노동자에게도 그 성과가 충분히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 이사장은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동반성장연구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동반성장과 초과이익공유제는 ‘사회주의 정책 모델’ 아닌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활용 중인 상생안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이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국무총리로 재임하던 2010년이다. 당시 연매출 7000억원대 중견기업인이 찾아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중견기업인 우리도 못 버틸 지경인데 중소기업은 어떻겠느냐”고 호소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초대 동반성장위원장과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지내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문제에 천착해왔다.

정 이사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세수의 활용 방향도 동반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가세수는 원칙적으로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활용하되, 정부가 별도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한다면 중소기업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동반성장 기금’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청년 동반성장 임금 펀드’ 등에 재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사진=방인권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사진=방인권 기자)
- ‘동반성장’과 이재명 정부의 ‘모두의 성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궁극적인 지향점만 놓고 본다면 두 개념이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볼수 있겠지만 방법론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모두의 성장’은 AI 첨단 산업육성이나 국가 주도의 기본사회적 복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내가 평생을 바쳐 주창해온 ‘동반성장’은 성장의 결과물을 사후적으로 나눠주거나 국가의 복지 지출을 늘리자는 분배의 담론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먼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공정한 룰’을 만들 구조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선 ‘동반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양극화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가 가장 극명하게 압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눈부신 성과는 박수받아 마땅하나, 이는 국가와 국민이 그들의 성장을 ‘동반’ 지원했기에 가능했단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삼성전자가 4000억원 규모의 사회 환원 방침을 밝힌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으로 높이 평가한다. 다만 대기업이 시혜적으로 베부는 사회공헌이나 기부는 동반성장이 아니다.

동반성장의 본질은 생산 생태계 내부의 이익 배분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대기업 본사 직원들은 수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지만 그 성과를 함께 만든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처우는 그에 비례해 나아졌나? 목표를 뛰어넘는 엄청난 초과이익이 발생했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당연히 협력업체들의 기술 개발 투자나 고용 안정 기금으로 흘러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말씀대로 노동시장의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억원대의 성과급과 최저임금 수준의 극단적인 임금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 차이’나 ‘노력의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노동의 가치가 이토록 양극단으로 찢어지는 건 자본주의가 감내해야 할 필연적 숙명이 아니다. 이는 방치된 시장의 실패이자, 국가 경제의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경고음이며, 반드시 강력한 ‘교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헌법 제 1119조 2항은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헌법적 의무다. 대기업의 초과 이익 중 일부를 협력업체의 기술 개발과 노동자 처우 개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해 기술 탈취와 단가 후려치기를 근절해야 한다.

-일각에선 ‘초과이익공유제’를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데.

△부자와 대기업의 돈을 빼앗아 나누자는 사회주의적 발상이 결코 아니다. 이익공유제는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 태동기 때 처음 도입돼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그 후 영국,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에서 기업 간 협력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 크라이슬러 사, 캐리어 사는 목표이익 초과분에 대해 협력사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수익공유계획’을, 영국의 롤스로이스 사는 ‘판매수입공유제’를 시행 중이다.

우리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를 혁신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창출된 부가가치를 시장 내에서 합리적으로 나누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복원하자는 게 핵심이다.

-AI 대전환기에 임금격차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진 ‘K양극화’ 심화를 막아낼 묘책이 있을까.

△먼저 ‘디지털 초과이익공유제’와 ‘시장 분할형 경쟁 체제’ 도입을 제안한다. AI혁신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한 플랫폼 대기업과 기술 기업들은 그 토대가 되는 데이터를 제공한 국민, 플랫폼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소상공인과 노동자들에게 과실을 정당하게 나눠야 한다. 전통 산업과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을 보장하는 시장 분할형 경쟁 체제도 디지털 생태계에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또한 소외계층과 전통 산업 종사자들이 AI시대에 도태되지 않도록 재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누구나 첨단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교육 패러다임도 완전히 혁신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세수의 활용안은.

△거시경제학적 원칙을 상기하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란 예외적 호황으로 걷힐 막대한 추가세수는 원칙적으로 국가 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되는 게 맞다. 나랏빚을 줄이지 않고 방치하는 것 자체가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어깨에 무거운 세금 폭탄을 지우는 모순 행위다.

-그럼에도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만든다면, 기금은 어떻게 써야 하나.

△국회의 심의·통제를 전제로 한 기금이 설립된다면 동반성장 인프라 구축에 쓰여야 한다고 강력히 제언한다. 중소 협력업체들의 기술 자립을 돕는 연구개발(R&D) 지원, 수도권에 집중된 부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는 지역 균형의 마중물로 써야 한다.

특히 청년을 위해서도 투입돼야 한다. 청년들이 겪는 일자리·주거 등 문제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평생을 강단에서 청년들과 함께 한 학자로서 뼈아픈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기업들의 구인난과 청년들의 구직난이라는 기형적인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좋은 일자리화’를 위한 ‘동반성장 기금’을 만들었으면 한다. 아울러 추가세수를 활용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보전해주는 ‘청년 동반성장 임금 펀드’를 조성하고, 소외계층 청년들이 최첨단 AI 교육이나 글로벌 연수 기회를 무상으로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 이사장은…

△1947년 충남 공주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한국금융학회장 △서울대 제23대 총장 △한국경제학회장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대한민국 국무총리 △동반성장위원장 △일본 동경대 총장자문위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서울대 명예교수(2011년 3월∼)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2012년 6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사장(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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