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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뿜는 명동 노점, 관광객들 화들짝…소화기 없어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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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I 2026.10.15 05: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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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관광지 1위 명동…화기 사용 노점 143곳 조사
K급 소화기 비치 23%에 그쳐
42곳은 현장에서 소화기 미확인
특별정비 보고서엔 비치 집계 제외
전문가, 제도 보완·수시 점검 제안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김태섭 수습기자] 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외국인들이 섞여 혼잡한 길 양쪽 노점에선 쉴 새 없이 불이 올라왔다. 한 노점 철판 위로 기름이 튀며 불길이 확 치솟자 바로 앞을 지나던 한 외국인 관광객이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젖혔다. 한 중국인 여행객 가족은 불판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 손을 잡고 화구 앞을 재빨리 지나쳤다.

하지만 정작 불이 번졌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소화기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기름이 끓는 치즈구이 노점 매대 아래엔 식용유 화재용 K급 소화기가 아닌 일반 소화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이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언제 소화기를 바꿨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며 “기름 쓰는 데는 K급 소화기를 준다는데 여기는 일반 소화기를 줬다”고 했다.

몇 걸음 옆 군고구마 노점에는 소화기가 아예 없었다. 상인 B씨는 “원래는 소화기를 비치하는데 예전에 받은 거라 지금은 내용물이 다 썩어서 바꾼다고 얘기해 놨다”고 했다. 새 소화기는 언제 오느냐는 질문엔 “물어보면 곧 나온다고 하지 뭐”라는 시큰둥한 답이 돌아왔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노점. 매대 주변 어디에서도 소화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 옆으로 관광객과 어린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노점. 매대 주변 어디에서도 소화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 옆으로 관광객과 어린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외국인 1위 관광지인데…노점 소화기는 규제 대상 밖

서울의 대표 관광지 명동 노점거리가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영업 중인 명동 거리 노점 가운데 불이나 기름을 사용하는 143곳의 노점을 직접 확인한 결과 식용유 같은 동식물성 기름에서 난 불을 끄도록 만든 ‘K급’ 소화기를 갖춘 곳은 33곳(23.1%)에 그쳤다. 68곳(47.6%)은 일반 소화기만 뒀고 42곳(29.4%)은 소화기가 보이지 않았다.

명동은 한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는 관광지다. 서울관광재단의 ‘2025 서울관광 실태조사’에서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75.8%가 명동 일대를 방문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이동통신 기반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9월 명동 방문자는 내·외국인을 합쳐 하루 평균 약 18만 4000명이었다. 하루 18만명 넘게 오가는 대표 관광 거리지만 정작 화재 예방 기준은 법적 테두리 밖에 놓여 있던 것이다.

K급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노점이 건물 안에 있었다면 소방시설법상 과태료 대상에 해당한다. 소방시설법과 화재안전기술기준(NFTC 101)에 따라 음식점 주방은 기름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K급 소화기를 1개 이상 둬야 하고 어기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다.

반면 노점은 소방시설법상 ‘특정소방대상물’이 아니어서 소화기 비치 의무가 없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불을 쓰는 위험은 같고 오히려 관광객이 화기에 더 가까이 노출돼 있는데도 ‘노점’이라는 이유로 규제에서 빠진 셈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식용유를 다루는 주방은 재발화 위험성이 높아 K급 소화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거리 노점. 매대에 '소화기' 비치 위치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화살표가 가리키는 자리엔 소화기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거리 노점. 매대에 '소화기' 비치 위치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화살표가 가리키는 자리엔 소화기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건물 밖이라 기준 다른 건 불합리”…노점도 화재안전 대상 규정해야

법적 공백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으로 관리하지만 관리상태는 느슨하다. 중구는 매년 도로점용허가 연장을 앞두고 거리가게 실태조사를 하지만 소화기 비치 유무는 따로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확보한 ‘명동거리가게 특별정비 결과 보고’에 따르면 중구는 지난해 6월 18일부터 30일간 연인원 450명을 투입해 매일 모든 매대를 점검했지만 소화기 점검 항목은 따로 없었다. 중구는 조사 기간에 소화기 비치 유무까지 확인했지만 따로 기록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중구 관계자는 “기름을 쓰는 노점엔 K급이 대부분 갖춰져 있다”고 했다. 현장 취재로 확인한 K급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지 않은 노점에 대해 질문하자 “소화기가 작아 수납함에 넣어 두면 안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구 관계자는 “상위법에 소화기 비치 규정이 따로 없어 구 규칙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법적 규제가 없다보니 아무리 신경을 써도 현장에서 미비점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명동이 불이 나면 피해가 커지기 쉬운 곳인데도 노점은 제도 밖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명동은 노점과 관광객의 밀착도가 높아 불이 번지거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2차 사고도 우려된다”며 “불을 써서 위험한 건 똑같은데 건물 밖이라는 이유로 기준이 달라지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서 대상을 정해야 규제도 할 수 있는 만큼 노점을 화재 안전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제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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