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둘러 ‘쌍특검’ 법안을 이달 내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들에게 50억원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특검이다. 모두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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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회의 전 서둘러 이 전 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방통위원장 자리는 공석이 됐고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는 무력화됐다.
이 전 위원장의 긴급사퇴 사실을 예상치 못한 민주당은 당황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1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꼼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일(1일) 아침까지 숨기고 탄핵안을 막겠다며 ‘철야농성쇼’를 벌였다. 이 전 위원장이 사퇴 표명을 미리했다면 야당과 충돌을 피하면서 대화의 장을 열 수도 있었지만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 등 야당 의원 180명은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굳이 처리해야 하는 머쓱한 상황에 직면했다. 민주당 원외 인사는 이를 두고 “파리 잡으려 조자룡 칼 꺼낸 격”이라고 비유했다.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수용했다. 두 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논의 과정을 거치게 됐다. ‘시계제로’인 연말 정국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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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에도 민주당은 이 전 위원장의 탄핵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예상 못한 수에 허를 찔린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방송3법과 함께 이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예고했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발행)를 포기하면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동안 이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을 하려던 민주당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이 때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상대를 속이기 위해 자당 의원들까지 속이는 기만책을 썼다. 필리버스터 취소 계획이 있었지만 본회의 직전까지 밝히지 않았다.
두번이나 같은 속임수를 당한 민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더 높였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1일 브리핑을 통해 “이제 국회는 국민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불통과 독주에 비타협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남은 정기국회 기간에 ‘쌍특검’ 통과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4월 야당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쌍특검은 지난 10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이르면 8일 본회의에 특검법안을 상정해 표결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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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꼼수 대응이 이어지는 동안 예산안 등 법안 처리는 늦어지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기한인 이달 2일을 또 넘겼다. 여야는 여전히 최대 쟁점인 연구개발(R&D), 지역화폐 예산,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밀실 회의’라고 불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소위원회(소소위)에서 여야 간사 간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증액 심사는 고사하고 여전히 감액 심사에서 교착 상태라고 전해졌다.
야당 예결위 관계자는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R&D 예산에 대해서도 증액을 하겠다고 했지만 어디에 얼마씩 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의도적으로 예산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야당이 이 전 위원장 탄핵을 위해 열기로 한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본회의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은 민주당이 쌍특검 처리를 예고한 8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야는 물밑 대화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은 계속해서 가동하고 있다”며 “감액할 것과 증액할 것을 함께 논의해 속도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하나 불거진 변수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무산되면서다. 야당 관계자는 “해와R&D와 ODA 예산의 경우 암묵적으로 엑스포 유치하려고 정했던 것이기 때문에 감액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