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리가 볼모야?"…지하철 파업에 시민들 분통, 퇴근길 근심

손의연 기자I 2023.11.09 08:57:38

출근길은 정상운행, 평시와 같아
9시부터 감축 운행…시민들, 퇴근길 걱정
"반복파업 말고 근본 대책 찾아야"

[이데일리 이영민 손의연 기자] “파업이 잦아지는 것 같은데…당장 퇴근길이 걱정이긴 하네요. 저녁에는 버스를 타려고 합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틀간 경고파업을 예고한 9일 오전 1호선 서울역에 운행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에 따라 이날부터 이틀간 경고성 파업에 들어간다. 다만 출근 시간대 운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연합교섭단(민주노총·한국노총)이 지난 8일 사측과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9일부터 10일까지 경고 파업에 들어갔다. 다만 9일 오전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서울 지하철 파업에 불참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출근시간대 지하철을 평시 대비 100% 운행하면서 파업 첫날, 출근길 대란은 없었지만 퇴근길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오전 7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내부 곳곳엔 파업 취지를 설명하는 포스터와 운행조정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서두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안내문과 포스터에 눈길을 주기도 했다.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만난 박모(70)씨는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보고 다른 때보다 빨리 움직이려고 했는데 퇴근도 서두르려고 한다”며 “노조가 너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시민을 볼모로 삼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서울 지하철 파업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놀라 걱정하는 시민도 있었다. 은평구에 사는 강모(63)씨도 “파업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파업 때문에 전철이 연착될 수 있다는 방송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의정부에서 퇴근하는데 6시까지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싶다. 멀어서 버스를 타기도 어렵다”고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만난 시민들 중 일부는 노사가 파업을 반복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노조의 입장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50대 남성 이모씨는 “그간 불편은 없었지만 파업을 너무 자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노사 입장에 다 일리가 있다고 보는데, 인원 줄인다고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질 끌다가 시민들이 너무하다고 하면 갑자기 교섭이 타결되던데 사실 그간 임금인상이 없지 않았나”라며 “숫자를 조금 줄이고 임금을 올리는 양보가 필요하고, 요금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냈다.

이모(31)씨는 “내일 노선이 줄어도 지하철이 나을 것 같다. 어쨌든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 버스랑 전철 모두 꽉 찰 것”이라며 “안전 인력을 줄이면 사고 위험이 높아져 악순환이 생길 것 같다. 정부가 나서서 중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철 내부에 붙어 있는 파업 설명 포스터(사진=이영민 기자)


노조는 사측이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 입장 등을 철회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며 파업에 나섰다. 공사 노조는 이번 파업 결정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을 벌이게 됐다.

서울시 및 공사는 공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시민들이 안심하고 출·퇴근할 수 있도록 출근 시간대에는 평상시 대비 열차를 100% 운영한다. 또 퇴근시간대에는 평상시 대비 87% 수준을 유지하며, 전체 지하철 운행은 평시 대비 82%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이용인원이 많은 2·3·5호선에 비상대기열차 총 5대를 추가 투입해 퇴근시간대 혼잡도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시내버스 등 대체교통편도 마련한다. 출·퇴근 시간대 시민 이동 지원을 위해 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을 1시간 연장하고, 단축차량 및 예비버스 등 566대를 추가 투입해 1393회 증회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버스 250개 노선도 출·퇴근 시간대 집중배차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을 1시간 연장하고, 다람쥐버스 11개 노선 역시 운영시간을 1시간 연장한다. 지하철 파업시 대중교통 실시간 교통정보는 120 다산콜센터 및 교통정보센터 토피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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