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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하자 현지에서는 이런 팻말이 등장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 무반응으로 일관하자는 취지다. 달걀을 던지는 게 응징이 아니라 응원이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달걀은 정치인에게 애증의 존재다. 달걀을 피해 갔다면 이름깨나 날린 것으로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영삼·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달걀을 맞았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날달걀을 맞은 데 이어 지난 9월 삶은 달걀을 맞았다. 망신은 둘째치고 `상당히 아팠을 것`으로 우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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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일부러 상한 달걀을 던지기도 한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은 빨간 페인트가 든 달걀을 맞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달걀이 가지는 `생명`의 의미를 고려하면 `달걀을 맞고 다시 태어나라`는 요구라는 해석을 붙이기도 한다.
이렇듯 계란은 본래가 신성하다. `모든 생명은 알에서부터 나온다`(Omne vivum ex ovo)는 고대 로마의 속담에 함축돼 있다. 작가 헤르만 헤세가 소설 `데미안`에 남긴 유명한 문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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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졸업식에 등장하는 `달걀 던지기` 유래를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여기서 찾으려는 시도는 흥미롭다. 비록 의미와 행위가 변질해 지탄의 대상이 됐으나,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이들의 앞날을 기원하려는 선한 의도도 담겨 있다.
달걀 던지기는 축제의 흥을 돋우기도 한다. 매해 핼러윈의 전야제(10월30일)가 대표적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장난의 밤’(Mischief Night)이나 ‘악마의 밤’(Devil‘s Night)으로 일컫는 이날은 사람과 자동차, 건물 따위를 향해 계란을 던진다. 다만 어디까지나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장난` 수준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선을 넘으면 시비와 부상으로 이어진다.
이런 터에 달걀 던지기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지곤 한다. 물건에 달걀을 던지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기물 파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미국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2014년 옆집에 날달걀을 던져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유명하다. 2005년 미국에서는 핼러윈을 즐기던 어린이가 달걀을 맞고 실명한 사고가 났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서양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미성년자에게 달걀 판매를 금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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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가 됐든 흥이 됐든, 이벤트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달걀을 던지는 것은 전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지럽게 오른 가격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최근(11월8일) 기준 달걀 도매가격은 특란 10개짜리가 1497원으로 작년 같은 시점(1170원)보다 28% 급등한 상태다. 광주에 간 정치인에게 달걀을 `안 던진 게 아니라 못 던진 것`이라는 우스갯말은 엄살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