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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한 말이다. 평판 보호에는 골든타임이 있고 그 시간을 놓치면 의미가 없다. 법정의 재판은 수년이 걸리지만 여론의 재판은 며칠 안에 끝난다.
평판 침해에서 피해의 크기를 좌우하는 것은 내용의 악의성보다 확산의 속도다. 허위사실은 반나절이면 수십 개 커뮤니티로 옮겨 다닌다. 그사이 광고 계약이 끊기고 투자 협상이 무산되고 거래가 중단된다. 몇 달이나 몇 년 뒤 사실이 밝혀져도 잃은 신뢰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평판 침해의 피해가 유독 크고 빠르게 번진다. 사건이 터지면 초기 24~48시간 안에 여론의 방향이 거의 정해진다. 한국 언론사의 속보 경쟁은 극도로 치열해 사실관계가 모두 확인되기 전에 프레임 중심의 헤드라인이 먼저 나간다. 압수수색, 소환과 같은 수사 절차가 거의 그대로 보도되면서 대중은 수사의 초기 단계일 뿐인데도 ‘중대한 범죄 혐의자’로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것이 포털을 타고 증폭된다.
명예훼손죄는 침해가 끝난 뒤 가해자를 벌하는 사후 규정에 불과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권리가 침해된 경우 피해자는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해 게시물 삭제나 반박문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그러나 사업자가 30일간 접근을 차단하는 데 그치고 그 기간이 지나 재게시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반쪽짜리 장치다.
유럽연합(EU)은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제17조에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곧 정보 삭제권을 두고 삭제 요청에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응답하도록 정한다. 그 뿌리는 검색엔진 사업자도 개인정보처리자로 보아 부적절한 검색 결과의 삭제 의무를 인정한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구글 스페인’ 판결(Case C-131/12)이다.
한국도 딥페이크 영역에서는 진전이 있었다. 2024년 10월 시행된 개정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허위 성적 영상물의 제작뿐 아니라 소지·시청까지 처벌 대상에 넣었다. 그러나 성적 영상물이 아닌 일반적 허위사실·악성 게시물로 평판이 무너지는 경우 그에 준하는 신속 삭제 의무나 잊힐 권리는 아직 없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우개 서비스’가 있지만 아동·청소년기 게시물을 지워 주는 행정 지원일 뿐 법적 권리로 제도화된 것이 아니다.
제도가 갖춰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피해는 매일 생긴다. △경쟁사가 아이디를 바꿔 가며 조직적으로 허위 리뷰를 다는 경우 △투자 유치를 앞두고 익명의 허위 의혹이 퍼지는 경우 △퇴직자가 내부 사정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폭로하는 경우 △합성 이미지와 허위 소문으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다. 상황은 달라도 해법의 골격은 같다. 골든타임 안에 확산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대응은 법률과 미디어 두 축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침해가 확인되면 게시중단·임시조치로 확산을 먼저 차단하고 발신자를 특정해 가처분과 손해배상으로 이어 가야 한다. 필요하면 정정보도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IP 추적과 작성 패턴 분석 같은 기술적 방법을 더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가 법률 행위다. 홍보 전문가가 아니라 변호사가 나서야 할 일이다.
우리는 평판사회를 살고 있다. 초상(肖像)이 개인의 외면이라면 평판은 개인의 사회적 실존이다. 기업에는 신용과 시장 지위의 총합이다. 초상권은 이미 확립된 권리다. 정작 그보다 중요한 평판은 아직 독자적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평판권(reputation right)’이라는 이름을 붙여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위기가 터진 후 뒤늦게 평판을 걱정하는 기업과 개인을 수없이 봐왔다. 평판은 사후에 ‘회복’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보호’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