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서방국 요청에도 원유 증산 안할 듯"

고준혁 기자I 2022.03.29 09:36:17

매월 하루 43만2000배럴 증산계획 유지
"사우디, 러시아와 협력관계 유지 원해"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은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국가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원유를 증산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요청에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이자 부총리 겸 국방장관. (사진=AFP)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7명의 소식통을 인용, OPEC+가 5월 원유 생산량을 기존 계획대로 완만하게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OPEC+는 지난해 8월 이후 매월 하루 40만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늘려왔다. 오는 5월부터는 증산폭을 하루 43만2000배럴 늘릴 계획이라고 작년부터 밝혀왔다. 기존에 세웠던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이 오는 5월부터 증산폭을 늘려달라 요청했지만 OPEC+가 듣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40년 만의 최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연초대비 이날까지 약 36% 상승했다.

OPEC+에 러시아가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중동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소식통은 “사우디아라비아가 5월 원유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더 늘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사우디가 러시아와의 석유 정책에 대한 협력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서방국들의 제재로 대부분의 원유 수출이 막힌 러시아는 그나마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경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사우디가 예멘과의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더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원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원유를 증산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데 충분한 미국의 지원이 없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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