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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이슈)무역적자로 달러공급우위 `이상기류`

이진철 기자I 2010.02.01 11:11:28

1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국내 외환수급에 영향
금융시장 불안에 자본수지 악화..환율 움직임 `주목`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1월 무역수지가 1년만에 적자로 전환하면서 달러-원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특히 1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던 달러공급 우위 기조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원화강세 분위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1월 무역수지는 4억7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꼭 1년만이다.

올 1월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년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상 경상수지에서 무역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무역수지 동향에 따라 경상수지 방향성도 좌우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일단 1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냈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은 좀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며 적자 전환에 무게를 뒀다.

◇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채권 순매수 주춤.. 환율상승 압력 작용

주요 외화 공급원인 경상수지가 1월중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외환수급이 그간의 일방적인 달러화 공급 우위 기조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도 크게 줄어들고 있고, 외환당국의 공기업 해외채권 발행 선별허용 등으로 외화차입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이 대외 불안의 추이나 증시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 외환수급이 그간 일방적인 달러 공급우위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동안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세를 지탱해온 외환시장의 역학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도 "작년 상반기 대비 훨씬 낮아진 현 환율 레벨에서는 수출증가율보다 수입증가율이 더 커질 개연성도 충분하다"면서 "경상수지 부문에서는 정부 추정치인 연간 200억달러 흑자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환율의 추가하락 전망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작년과 같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꾸준히 사줘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경상 흑자에 따른 국내 달러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외국인의 증권투자와 관련한 수지의 외환시장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최근 증시가 하락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주식자금의 이탈조짐이 나타나고, 1월중 세계채권지수(WGBI) 편입불발로 외국인 채권매수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자본수지 악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최근 중국 긴축강화 및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규제 방침 확인 이후 대거 주식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나 채권시장 기대감은 크지만 한국의 WGBI지수 편입이 쉽게 현실화되지 않는 점도 환율 하락을 기대하는 세력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외국인 증권투자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면서 "최근 국내외 환율시장의 불안을 증가시키고 있는 요인들이 여전히 진행형인 이슈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원 환율이 아래쪽 방향을 타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해외 불안요인 지속 및 증시 조정에 따른 리스크 회피가 강화되며 달러-원 환율이 1160원대 중반의 저항을 극복할 경우 환율 상승시도가 좀더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펀더멘털 이상없어.. 금융시장 안정시 역외 원화강세 베팅 나설 가능성

외환시장이 예상치 못한 악재들로 인해 원화강세 기조가 한풀 꺽였지만 원화 강세의 모멘텀은 여전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환율이 반등하면서 역외세력들의 포지션이 크게 축소되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시 역외세력은 재차 원화강세에 베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재성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수출업체 등이 최근 환율 상승으로 오히려 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외국인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1월중 WGBI편입 불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연내 편입을 확신하고 있는 것도 자본수지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스왑베이시스 등이 재차 확대된다면 한국의 국가 신용리스크가 크게 낮아진 현상황에서 외국인의 차익거래를 위한 채권매수는 재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당국이 시장개입으로 확보한 달러에 의한 과도한 외환보유고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FX스왑시장에서 꾸준히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외환보유고 관리를 하고 있도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재차 하향 안정세를 타면서 원화강세 추세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대외 불안을 소화하고 외환수급을 시험하면서 환율이 1100원대 중후반에서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펀더멘털이나 대외 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전반적인 환율 방향성은 하향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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