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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약관이 정한 청구 기간(보증사고일부터 2개월)을 지키지 못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은 이 기간 조항을 이유로 청구를 막을 수는 없다고 보고, 보증금 3억 4,000만 원과 2023년 10월 14일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 6%가 적용되는 구간만 단순 계산해도 4,600만 원이 넘는다. 대법원은 보증금 부분은 그대로 두고, 지연손해금 부분만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6다201978 판결).
임대차가 끝나면 세입자는 집을 넘겨주고,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두 의무는 서로 맞바꾸는 동시이행 관계다(민법 제536조). 그래서 세입자가 집을 넘겨주거나 넘겨줄 준비를 갖춰 알리기(이행제공) 전까지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늦어진 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쟁점은 이 규칙이 보증계약에도 적용되는지였다. 공사는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공사의 의무는 세입자와 맺은 보증계약에서 나온다. 대법원은 공사의 의무가 형식적으로는 보증계약에 따른 지급의무이지만 “그 실질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차보증금 반환의무의 변형에 불과하여 임대인의 의무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보증 약관 제10조 제1항도 공사의 보증채무와 세입자의 집 인도의무를 동시이행 관계로 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집을 인도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공사는 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사가 소송에서 이 점을 따로 주장했는지는 상관이 없다(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다289720 판결 등).
이 사건 기록에는 세입자가 집을 넘겨줬거나 넘겨주려 했다는 자료가 없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를 따지지 않고 지연손해금을 명했다. 대법원은 이를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으로 보았다. 환송 뒤 서울고등법원은 세입자가 집을 인도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전세보증은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보증금을 대신 받게 해 주는 장치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지연손해금을 따질 때 공사의 지위는 집주인과 다르지 않다. 집을 넘겨주지 않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지체 책임을 물을 수 없듯이, 공사에게도 물을 수 없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집을 넘겨주지 않았다고 보증금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도 공사가 보증금 3억 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은 그대로 확정됐다. 달라지는 것은 지연손해금이 언제부터 붙느냐다.
세입자가 혼동하기 쉬운 것은 임차권등기다. 임차권등기는 세입자가 이사를 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게 해 주는 장치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 임차권등기 말소는 보증금을 돌려받은 뒤에 해도 된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그러나 임차권등기를 마쳤다고 집을 넘겨준 것이 되지는 않는다. 지연손해금까지 받으려면 집을 넘겨줬거나 넘겨주려 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사를 나가면서 열쇠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집을 넘겨줬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열쇠나 출입 비밀번호를 넘긴 기록, 집을 비워 주겠다는 뜻을 밝힌 내용증명 등을 남겨 두는 편이 좋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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