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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오후 4시30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동석한 가운데 면담을 진행한다. 면담은 의제 제한 없이 차담회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매주 월요일 점심 때 진행하는 주례회동과 비슷한 모양새다. 통상 주례회동에는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참석한다. 한 대표는 자신의 비서실장 동석을 대통령실에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불편하게 여겨 결국 한 대표만 참석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그간 독대를 두고 한 달 가까이 지리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한 대표는 지난 9월24일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직전 독대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당시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성사를 위해 정부와 조율없이 ‘내년 의대증원 재검토’를 띄우며 당정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1대1 독대를 불쾌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된 것을 두고 친윤-친한 갈등이 거셌다. 결국 대통령과 지도부 만찬은 독대 없이 진행됐고, 여·야·의·정 등 현안 논의도 전혀 이뤄지지 못해 ‘밥만 먹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대통령실이 끝내 독대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최근 한 대표가 김 여사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한계 관계자는 “모양새가 무척 이상한 면담이다. 대통령실에서 독대를 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다만 한 대표는 형식보다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수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친윤계는 면담 전날까지도 한 대표를 향해 “신뢰의 기반이 없는 독대는 독대가 아니라 하극상이나 담판”이라고 저격했다. 3선 의원 출신인 친윤계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가 독대를 요구하고 그것도 언론을 통해서 하는 것은 자기 정치나 대통령과의 차별화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집권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언론을 통해서 대통령 인사권까지 거론하면서 할 얘기 다 해놓고 만나서 무슨 할 얘기가 더 남았느냐”고 비판했다.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뜻하는 ‘관종’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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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 과정에서 10·16 재보궐 선거 기간 중 촉구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3대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와 관련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협조 등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10·16 재보궐 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금정·강화를 지키며 민심을 확인한 만큼,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던 ‘김여사 대응책’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전망이다.
친한계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장 중요한 의제는 김 여사에 대한 요구가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정갈등 관련해 의료계에서 강력하게 촉구해 온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도 제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2016년 이후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도 한 대표가 면담 중 건의할 주요사안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이 지난 17일 김 여사 관련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등 정부는 김 여사 논란을 자체 수습하는 분위기다. 기존부터 약속해온 제2부속실 출범 정도만 공식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독대를 요구했음에도 면담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여전히 한 대표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한 대표가 주장한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 등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매우 적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면담 이후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자노선이 더욱 뚜렷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