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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2021 하반기 정기 인사’를 발표했다.
당초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올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연말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며 정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 66명, 기아차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인사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윤여철 부회장을 비롯해 이원희·이광국·하언태 사장을 각각 고문으로 선임했다. 디자인경영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연구개발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나 각각 담당분야의 어드바이저(자문) 역할을 맡기로 했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신으로 불리는 윤 부회장 퇴임으로 오너 일가인 정태영 부회장을 제외하고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임명된 부회장은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원희 담당 사장의 역할은 정준철 부사장(제조솔루션본부장)과 박홍재 부사장(경영혁신본부장)이 맡는다. 하언태 사장의 국내생산담당 총괄 역할은 이동석 부사장(생산지원담당)이 담당하게 된다.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40대로 연륜보다는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이 직할 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면서 신규 임원 폭을 넓혀 차세대 리더 후보군을 육성하는 동시에 임원 간 무한 경쟁을 시키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40대 대표주자로는 1974년생인 추교웅 신임 부사장이 꼽힌다. 현대차 전자담당·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개발실장을 역임한 전자기술 개발 전문가다. 1973년생인 김정희 신임 전무와 현대차그룹 최연소 임원 타이틀이 붙은 장웅준(42) 신임 전무도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그레이엄 러셀 신임 상무는 1974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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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 대응과 더불어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하기도 하다. 이번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연구개발(R&D) 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 비율이 37%에 달하는 등 현대차그룹은 R&D 부문에 크게 힘을 실었다.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구체화를 위해 인포테인먼트,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등 주요 핵심 신기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를 앞에 세웠다.
미래기술과 신규사업 분야에 5명을 승진 배치했다. 4명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1명은 외부에서 영입했다.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 추교웅 전무,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김흥수 전무,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임태원 전무를 각각 부사장에 승진 임명했다. ICT 혁신본부장에는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진은숙 부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현대차그룹은 향후 개발자 중심의 조직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과제로는 미래차 사업 전환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과 노사 관계 등이 꼽힌다. 이번 인사에선 실적이 계속 부진했던 중국 시장에도 변화를 줬다. 이광국 사장(중국사업총괄)의 역할은 이혁준 전무(HMGC총경리)가 이어받아 향후 중국 사업을 총괄한다.
특히 노사관계도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무를 이끌어온 윤여철 부회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정상빈 정책개발실장(부사장)이 향후 노사 협상을 이끌게 됐다. 정 회장이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에 주력하며 ‘소통’을 중요시하는 총수라는 점에서 향후 노사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2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을 이룬 현대차에 강성 노조가 들어섰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향후 조율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