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상대 영역 빼앗아야"…한화·LIG, KF-21 미사일 '혈투'

김관용 기자I 2026.02.20 06:00:00

KF-21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R&D 발주 임박
총 예산 7535억원…ADD 주관, 업체 개발 참여
체계종합·추진기관·탐색기 엇갈린 시작품 결과
천궁-III 이어 한화·LIG ''수성 vs 침공'' 2라운드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연구개발비만 7535억원에 달하는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LRAAM) 개발 사업이 발주를 앞두면서, 국내 유도무기 ‘양강’인 한화와 LIG넥스원이 자존심을 건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기존 ‘텃밭’을 넘어 상대 핵심 영역까지 파고드는 양상으로, 단순 수주전을 넘어 국내 항공 유도무기 생태계의 주도권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연구개발 사업의 제안요청서(RFP)를 다음 달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ADD는 연구 과제를 복수 분야로 분할해 경쟁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올해 예산으로는 54억원이 책정됐다. 다만 연구개발 범위 획정 논의에 따라 RFP 발주가 일부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체들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 실제로 지난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3회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은 각각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무장 사업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해 ADEX 2025 당시 LIG넥스원 부스에 KF-21 항공무장이 전시돼 있다. (사진=LIG넥스원)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연구개발 사업은 올해 최대 방산 경쟁 분야로 꼽힌다.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의 장거리 공대공 교전 능력을 구비해 전방위 공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유도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탐색기, 추진기관, 유도제어, 체계통합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무기체계다. 이에 따라 수주 결과가 향후 국내 항공무장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향후 수조원대 양산 사업을 주도할 수 있고, 수출 패키지 구성과 차기 항공무장 사업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전초전 격인 지난해 시작품 제작 사업에서부터 ‘영역 파괴’ 경쟁은 본격화됐다. 양측 모두 상대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는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잇따르면서 본 사업에서의 긴장감을 높였다.

시작품 제작 단계 체계종합 분야에서는 LIG넥스원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소수점 차이로 수주에 성공했다. 기존 구도에 균열을 낸 상징적 결과였다.

반대로 추진기관·기체구조 분야에서는 항공엔진·구조 기술 역량을 갖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고배를 마셨다.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이룬 현대로템이 사업을 따낸 것이다. 한화의 전통적 강점 영역에 LIG 측이 파고든 셈이다. 탐색기 분야 역시 LIG넥스원의 주력 분야로 꼽혔지만, 한화시스템이 수주했다.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 같은 교차 침공 양상은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III 사업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양사는 발사대·레이더, 체계종합·유도탄 등 서로의 강점 분야까지 넘보며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체계종합과 교전통제소·요격미사일은 LIG넥스원이, 발사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기능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업체로 각각 선정돼 천궁-II 개발 당시와 유사한 구도로 회귀했다. 기존 강자가 ‘수성’에 성공했고, 도전 측은 고배를 마셨다. 업계에서는 일부 사업 부서를 중심으로 인적 쇄신설이 돌 정도로 내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KF-21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사업은 그 연장 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시작품 단계에서 이미 이변이 잇따른 만큼, 본격적인 연구개발 사업에서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갈지, 아니면 다시 한 번 교차 승부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역할이 명확히 나뉜 협력 구도가 아니라, 이제는 상대 영역을 빼앗아야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천궁-III 때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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