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AI 경제까지…스테이블코인 차세대 결제 인프라 부상

김연서 기자I 2025.08.27 08:20:16

[규제에 막힌 스테이블코인 투자]④
서클, 한은·4대 금융지주 면담…韓 시장 정조준
네이버·카카오·토스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전장
토큰증권 결제 리스크 줄이고 실시간 정산 가능
AI 에이전트 거래까지…활용 범위 무한 확장
“국내 기업 기회이자 도전”…규제 불확실성 여전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이 한국 금융권 및 가상자산업계와의 접촉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서클은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를 시작으로 한국은행 총재, 4대 금융지주와 잇따라 만났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은 향후 STO(토큰증권발행) 시장은 물론 AI(인공지능) 에이전트 경제까지 확장 가능한 차세대 결제 인프라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서클이 잇달아 한국 시장에 관심을 드러냈다. 사진은 히스 타버트 서클 사장이 21일 서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강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히스 타버트 서클 사장은 지난 2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면담했다. 이 총재와 만나기 전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 접촉했으며 같은 날 저녁에는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의 고위 관계자와도 회동했다.

서클은 이어 지난 22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차례로 만났다. 이창권 KB금융 부회장(디지털부문 총괄)과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면담했다. 이번 방한은 서클의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사전 행보로 해석된다.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국면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기류를 가늠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핀테크 기업들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업비트와, 토스는 빗썸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STO부터 AI에이전트까지…확장 가능성 ‘무궁무진’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토큰증권 시장의 핵심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토큰증권은 실물자산이나 비상장 지분 등 다양한 비정형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서 소액 단위로 거래·유통할 수 있도록 한 디지털 증권이다. 현재 증권거래는 ‘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후 결제’ 정산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에 비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할 경우 실시간 결제·정산이 가능해져 결제 리스크를 줄이고 거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발행 주관, 유통 플랫폼 제공, 디지털자산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주식·채권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넘어 미술품, 신재생에너지, 지식재산권 등 비정형 자산까지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은 AI 에이전트 경제로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으로 결제·주문·송금·계약을 수행하며 사용자 대신 실시간으로 글로벌 API 서비스와 거래를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화폐가 필요한데 가치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최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미 해외에선 코인베이스가 이더리움 기반 결제 프로토콜 ‘x402’를 구축해 AI 에이전트의 자율적 결제를 지원하는 시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AI 에이전트 간 거래의 표준 화폐로 자리 잡는다면 24시간 글로벌 정산 시스템이 현실화 되고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에 기회…규제 불확실성은 부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한국 금융권과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로 채택하는 글로벌 추세가 빨라지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단순히 제도화 흐름을 관망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검토하고 사업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웹3 기업의 한 임원진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AI 에이전트 결제 구조 등이 맞물려 새로운 금융·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초기 단계이지만 늦게 뛰어든 기업은 시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내 금융권이 빠르게 투자하고 협업 모델을 구축해야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화 속도와 규제 체계는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려면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대형 금융사가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어렵다”며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기업 간 협력 속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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