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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문제의식은 달러 패권을 지탱해온 기반이 서서히 약화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로고프 교수가 짚은 달러 패권의 토대는 세 가지였다. 안보를 중심으로 한 하드 파워, 제도와 법치에 대한 신뢰,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이다. 달러의 국제적 위상은 미국 경제 규모의 부산물이 아니라, 안보 우산과 제도적 신뢰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로고프 교수는 관세 정책 확대와 정책 결정 과정의 혼선,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이 달러의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작동해 왔다”며 “이를 훼손해도 당장 문제가 터지지는 않겠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반드시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제도적 균열이 위기 국면에서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우려를 나타냈다. 로고프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탈세나 불법 금융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른바 지니어스(GENIUS) 법안과 같은 과도한 규제 완화는 “큰 실수”이며 “결국 나중에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이후 한국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는 달러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 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로고프 교수는 “과거에는 달러가 5~10년 안에 중대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지만 지금은 4~5년 정도가 더 현실적인 시계”라고 말했다. 최근 나타난 달러 약세에 대해서는 관세 자체보다는 정책 불확실성과 신뢰 훼손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원화에 대해서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에서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환율의 단기 움직임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험칙상 저평가분의 절반은 3년 내에 (시간을 두고) 해소할 수 있다”며 “앞으로 2~3년 내에 절상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라울 것이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기간에 모든 것을 뒤흔들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세계경제와 달러를 둘러싼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