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산은 3일 오전 네이버 블로그에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났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났다며 “식사를 겸한 대화는 100분가량 이어졌고 많은 대화가 오갔으나 구체적 내용을 되짚기 힘들어 짧은 메모에 근거해 이 글을 남긴다”고 밝혔다.
조은산은 “그(윤 전 총장)는 먼저 시무 7조를 읽고 한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 닿아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며 “나는 다분히 술에 취해 쓴 글이며, 그 글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다 답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이해한다고, 글은 결국 사람의 삶에서 나오지만, 때론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했다.
이어 “인생이 뒤틀린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아 넌지시 물었다. 조국 수사 왜 했느냐고. 국정원 수사에 이어 적폐 청산까지 마무리했으니 그대로 진보 진영의 화신으로 거듭나지 그랬냐 물었다. 정치 참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당신의 정의였냐 물었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윤 전 총장은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산은 “‘정의’라는 것에 대해 그가 말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지금의 그를 형성한 관념적인 틀, 정의로운 검사 내지는 정권에 반기를 든 투사의 모습에서 벗어난, 그저 한 인간에 충실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외로 그는 ‘정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법을 말할 때, 정의와 연관 짓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의 논거는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것을 ‘직업적 양심’이라 표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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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노무현을 수사하는 것은 부정의이고, 이명박, 박근혜를 수사하는 것은 정의이며, 조국을 수사하는 건 또다시 부정의이고, 그를 수사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은 또다시 정의라 말하는 정치 편향적 정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는 차라리 그가 정의가 아닌 상식을 말하는 게 다행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조은산은 윤 전 총장과 사회적 병폐,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윤 전 총장에게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둘로 비교하자면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고.
이에 윤 전 총장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이슨이라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산이 “잘 어울린다. 요즘 심하게 얻어맞고 계시던데”라고 말하자 윤 전 총장이 크게 웃었다는 전언이다.
조은산은 “그는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며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그만큼 그의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 연이은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소 정제된, 그리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애초에 지금의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조은산은 “식사 중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른 건 시원한 콩 국물이었다. 목이 말랐는지 대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던 그가 나를 보며 ‘얼른 드시우’라 말했는데, 그때 그의 입에서 콩 국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솔직히 말해 웃겨 죽는 줄 알았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언론 기사 속 사진이나, 각종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직접 접한 그의 모습은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선글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고도 했다.
조은산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7월 30일, 그는 전격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 나는 그의 건투를 빌 뿐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다음은 조은산의 글 전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났다. 장소는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이었다. 식사를 겸한 대화는 100분가량 이어졌고 많은 대화가 오갔으나 구체적 내용을 되짚기 힘들어 짧은 메모에 근거해 이 글을 남긴다.
그는 먼저 시무 7조를 읽고 한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 닿아 인상 깊었다고 그 소감을 전했다.
나는 다분히 술에 취해 쓴 글이며, 그 글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다 답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이해한다고, 글은 결국 사람의 삶에서 나오지만, 때론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라 말했다.
인생이 뒤틀린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아 넌지시 물었다. 조국 수사 왜 했느냐고. 국정원 수사에 이어 적폐 청산까지 마무리했으니 그대로 진보 진영의 화신으로 거듭나지 그랬냐 물었다. 정치 참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당신의 정의였냐 물었다.
그는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정의’라는 것에 대해 그가 말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지금의 그를 형성한 관념적인 틀, 정의로운 검사 내지는 정권에 반기를 든 투사의 모습에서 벗어난, 그저 한 인간에 충실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의외로 그는 ‘정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법을 말할 때, 정의와 연관 짓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의 논거는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것을 ‘직업적 양심’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수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왔을 때, 그때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정의라고 했다. 마침내 정권을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검찰의 수사에 어떤 압력이 가해졌는지 나는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고 그 또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말하길, ‘압력은 굉장히 지속적이고 굉장히 소프트하게, 그러나 굉장히 강력하게 밀고 들어왔다.’고 했다.
노무현을 수사하는 것은 부정의이고, 이명박, 박근혜를 수사하는 것은 정의이며, 조국을 수사하는 건 또다시 부정의이고, 그를 수사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은 또다시 정의라 말하는 정치 편향적 정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는 차라리 그가 정의가 아닌 상식을 말하는 게 다행스러웠다.
주제를 바꿔서 사회적 병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너진 법규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말했다. 그러한 고관대작들의 고귀한 정의와는 다르게, 밑바닥 삶 간에 횡행하는 거침없는 살생과 가해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목숨보다 상위에 가치로 자리 잡게 된 비참한 정의의 현실을 말했고, 권력에 빌붙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밥그릇으로 전락한 인권을 말했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온전하게 키워낼 자신이 없다.’는 게 내 말의 요지였고 법관의 작량감경을 제한해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판결을 이끌어낼 것과 청소년 범죄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소년법의 연령 기준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었다.
그는 권력자들이 죄를 지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전체적인 법질서의 붕괴를 가져오고, 그로 인한 피해를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이 입게 된 것 같아 전직 검찰 총수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검사 재직 시절 당시에도 온정주의에 물들어 다소 의아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을 많이 봤는데, 결국 그것을 제한하는 건 입법부의 몫이어서 많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한 선진국의 여러 경우를 보더라도,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이기도 하니 나의 제안 역시 충분히 숙고해볼 만한 것이라 말했다.
또한 저출산 문제에 대해 말했다. 저출산 문제는 집값 폭등, 일자리 부족, 여성 경력 단절 등의 요인이 내포되어 있음을 전했고 아이를 더 낳기는커녕 이미 낳은 아이마저 건사하기 힘든 현실 육아의 한계, 경력 단절 여성의 사회 복귀를 위한 돌봄 교실의 확대와 국공립 어린이집의 증설 필요성에 관한 내 생각을 전했다.
그는 성장과 복지는 결국 동전의 양면 같은 상생의 개념이라는 그의 생각을 먼저 말했고,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 진출을 통한 역동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육아에 대한 고충을 국가가 상당 부분 분담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특히 아이들의 교육에 관해 그는 ‘세금을 몽땅 쏟아부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사회적 가치 투자’라 말했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이 물적 인프라 투자였듯, 교육 역시 인적 인프라 투자로써 성장에 일조하는 복지가 될 것이며 반드시 승수 효과를 볼 것이라고 그의 생각을 밝혔다.
출간 예정인 저서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복지의 맹점에서 드러난 확장재정의 한계를 그에게 전했다.
-돈이 흘러가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이곳에서 죽었고 저곳에서도 죽었다. 부모가 있는 곳에서 죽었고 없는 곳에서도 죽었다. 수백 조의 예산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작은 마당 한켠에도 고이지 못하고 증발하거나 흡수됐다. 더 낮은 곳에, 더 메마른 곳으로 집중된 비를 나는 바란다.-
동시에 나는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약 84만 8000명에 달하며, 약 3만 7000가구는 반지하,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에서 살고 있다는 국토교통부 조사 자료를 들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계층은 방치되다시피 살아가는 현실임에도 복지를 빙자한 무차별적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것에 큰 우려를 전했다.
그는 나와 생각이 같다고 밝혔으며 현재 여권 유력 후보가 말하는 기본 소득에 대해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은 없었다’며 일축했고, 위에 열거한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아이들을 비롯해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 및 근로 무능력자를 향해 낮아질수록 두터워지는 복지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거라고 말했다.
대화가 이 정도까지 왔을 때, 시계를 보니 이미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뒤이은 일정이 있는 듯해 보였고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둘로 비교하자면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
그러자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이슨이라 답했다. 내가 ‘잘 어울린다. 요즘 심하게 얻어맞고 계시던데.’라고 말하자 그는 크게 웃었다.
그는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그만큼 그의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 연이은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소 정제된, 그리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애초에 지금의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사 중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른 건 시원한 콩 국물이었다. 목이 말랐는지 대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던 그가 나를 보며 ‘얼른 드시우’라 말했는데, 그때 그의 입에서 콩 국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솔직히 말해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언론 기사 속 사진이나, 각종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직접 접한 그의 모습은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선글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
수표에 날개가 돋아 날아가는 한명숙 전 총리의 판타지 소설에 비하면, 조국의 시간이라는 종교 서적에 비하면, 내 재미없는 에세이가 출판사에 끼칠 손해가 막심한 듯해 그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응했고 글들이 오고 갔으니 곧이어 출간될 내 책에 그의 추천사가 쓰인 배경이 설명될 수 있을 듯하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7월 30일, 그는 전격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 나는 그의 건투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