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캐나다 최대 에너지기업인 선코에너지는 작년 시리아에 천연가스 플랜트를 열었다. 당시 대대적인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오늘과 내일을 위한 에너지`라는 비전을 내걸었지만, 불과 1년만에 사업을 계속 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지역의 민주화 혁명이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사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적자로 전환됐고 몇몇 기업들은 자금 조달 등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미국의 대(對)리비아 수출은 올 1분기중에 전년대비 32%나 줄었고, 시리아로의 수출 역시 같은 기간 22% 감소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후원하는 포뮬러 원(1) 그랑프리대회중 하나인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은 매년 7~8월에 열렸지만, 시위대로 인해 올해에는 연말쯤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영국 위생환경서비스업체인 렌토킬이니셜도 영업상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시위가 격렬했던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미스라타, 벵가지 등지에서 480만파운드에 이르는 미수금이 발생한 상태다.
영국 통신업체인 보다폰 역시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월부터 이집트내에서 휴대폰 서비스를 일시 중단해야 했다. 이 탓에 1분기중에 신규 가입자가 50만명이나 됐지만, 이집트내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시위대가 픽업트럭인 툰드라를 이용한 탓에 인터넷상에 `미국 자동차에 짓밟힌 리비아인의 피`라는 제목의 글들에 시달렸다. 회사측에서 "툰드라는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다만 중동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정치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은 튀니지오렌지사와 휴대폰사업 합작법인을 만들어 튀지니에서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합작사 사장으로 알-아비딘 벤 알리 튀지니 총리의 사위를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