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메타와 수십억달러 반도체 공급 계약 체결

방성훈 기자I 2026.02.18 08:20:25

메타, 자체 AI 칩 개발 병행하고 있지만 난관 봉착
엔비디아 차세대 GPU ‘베라 루빈’ 대규모 구매 추진
독립형 CPU도 함께 구매해 AI 운용에 활용 계획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엔비디아가 향후 수년 동안 메타에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수백만개를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 이상 상승했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정규장 마감 이후 앞으로 수년에 걸쳐 메타에 블랙웰 수백만개와 차세대 AI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베라 루빈’(Vera Rubin)을 대량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술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벤 바자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은 수십억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계약은 엔비디아가 메타와의 기존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동시에, AMD 및 주요 빅테크 기업의 자체 칩 개발 경쟁 속에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달 “올해 AI 인프라 투자를 최대 1350억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AI 모델 학습 및 서비스 구현에 투입되는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년간 전 세계 AI 인프라 투자 붐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자체 칩을 선보이며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픈AI도 브로드컴과 맞춤형 칩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AMD와 전략적 협력도 체결했다.

메타 역시 자체 AI 칩을 개발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으나, 일부 기술적 문제와 출시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인 베라 루빈 칩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확정한 것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메타는 엔비디아의 독립형 중앙처리장치(CPU)를 구매해 자사 AI 모델 운용에 활용할 계획이다. CPU를 기존 GPU와 통합하지 않고 독립형 제품으로 판매키로 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결정은 엔비디아 영업 전략의 큰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황 CEO는 성명을 통해 “메타처럼 최첨단 연구를 통해 수십억 사용자를 위한 세계 최대의 개인화 시스템을 구동하는 AI 기업은 없다”며 “GPU 외에 CPU도 메타에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자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CPU를 대규모로 도입하려는 메타의 결정은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며 “이제는 AI 모델 ‘훈련’(training) 시대에서 ‘추론’(inference) 시대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AI 추론용 칩 시장에는 이미 다수의 신생 기업들이 진입해 엔비디아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엔비디아는 추론 특화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며 시장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1.20% 상승 마감한 뒤 시간외거래에서도 2% 이상 뛰었다. 앞서 지난해 말 메타가 구글의 텐서 처리장치(TPU) 구매를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이 체결됐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고, 이날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확인됐다.

한편 이번 발표는 다음 주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최근 미 주식시장에선 AI 투자 확대에 따른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부담 우려로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메타의 5년 만기 회사채의 신용부도스왑(CDS)은 이날 엔비디아 발표 전 0.59%포인트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오라클의 CDS는 1.58%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는 AI 투자 증가에 따른 채무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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