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710조 AI구상'에, 머스크 딴지 걸자…올트먼 발끈

김상윤 기자I 2025.01.23 08:07:16

머스크 5000억달러 투자 가능성에 의문 제기
올트먼 "당신 틀렸다" 즉각 반박
AI 주도권 둘러싸고 테크거물간 신경전 거세
FT "초기 투자자금 1000억원은 새로운 투자자가 낼 것"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러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출처=AFP)
[이데일리 정다슬 뉴욕=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5000억달러(710조원) 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사업을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오픈AI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향후 4년간 5000억달러를 미국 AI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스타게이트 구상을 발표하는 공지에 대한 댓글로 “그들은 실제로는 (그만큼) 돈이 없다”고 썼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확보한 자금은 100억달러 미만”이라며 “제가 믿을 만한 출처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트럼프가 지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다.

그러자 당사자 격인 올트먼 CEO가 등판했다. 그는 머스크 CEO의 게시글에 대한 댓글로 “당신이 알다시피 그것은 틀렸다”면서 “이미 진행 중인 첫번째 현장을 방문하고 싶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 프로젝트는)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이라면서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이 항상 회사에 최선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새로운 역할에서는 항상 미국을 우선시하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정보효율부(DOGE)의 수장을 맡은 머스크 CEO가 xAI라는 AI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은 셈이다.

한때 오픈AI의 공동창업자였던 머스크 CEO와 올트먼 CEO는 오랫동안 불화를 빚어왔다. 머스크 CEO는 올트먼 CEO를 비롯해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등과 함께 오픈AI 설립에 참여했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이들이 자신을 속이고 영리활동을 펼쳤다고 비난하며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처분했다. 지난해 7월에는 xAI를 설립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머스크 CEO는 오픈AI가 설립 초기의 비영리 임무와 함께 이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때 두 인물은 갈등을 해소하려는 기미도 보였지만,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다시금 악화했다. WSJ는 머스크 CEO가 주변에 노골적으로 “난 올트먼을 싫어한다”, “오픈AI는 시장을 마비시킨다”라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현재 오픈AI는 영리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오픈AI가 받은 투자금과도 관련이 깊다. 지난해 10월 오픈AI는 66억달러(9조 741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오픈AI가 2년 이내 ‘이익제한기업’(Capped profit company) 제한을 풀겠다고 약속했다. 머스크 CEO 는 법원에 오픈AI의 영리 기업 전환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일등공신이 된 머스크 CEO는 올트먼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 접근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막으며 경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올트먼 CEO가 성공하면서 AI주도권을 둘러싼 두 테크 거물과의 충돌이 다시금 불거지게 된 셈이다.

머스크 CEO 외에도 스타게이트에 대한 경계심은 이어지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창립자는 이날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계기로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 그룹, 오라클, 오픈AI의 새로운 합작투자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돈이 관련됐고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자됐는지 불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관여할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스타게이트는 초기 자금으로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투입하고, 향후 4년 동안 최대 5000억달러까지 투자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초기지분은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 아랍에미리트 국영투자사인 MGX가 투자한다. 소프트뱅크가 자금조달을 담당하고 오픈AI는 운영을 책임질 예정이다.

시장은 막대한 투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소프트뱅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3조8000억엔(250억달러)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사람을 인용해, 초기 1000억달러 중 상당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투자자들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프트뱅크가 프로젝트금융방식을 통해 아마존·구글·MS 등 글로벌 기술기업을 끌어들여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프로젝트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시장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향후 소프트뱅크에 큰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야심 찬 계획에 딴지를 걸면서, ‘브로맨스’가 조기에 균열이 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서 머스크 CEO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스타게이트가 최소 1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과 CEO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런 투자가 위대한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으며 미국의 일자리도 함께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