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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 전 ‘연필사건·민원전화’ 사실로

신하영 기자I 2023.08.04 11:00:00

교육부·서울교육청 합동조사 결과 발표
“연필사건 당일 학부모가 수차례 전화”
동료교사 절반 “교권 침해 경험” 응답
학부모 폭언 확인 못해 경찰수사 당부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달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서울 서이초 교사가 사망하기 전 이른바 ‘연필사건’과 이로 인한 학부모 민원 전화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당국의 합동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학생 간 다툼에서 한 학생이 이마에 상처를 입은 사실과 이로 인해 피해 학생 부모가 고인의 핸드폰으로 수차례 전화한 사실이 드러난 것. 서이초 교사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절반은 교권침해를 경함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광주 지역 교사들이 지난달 21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교원연수원 앞 주차장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내용의 서이초 교사 사망 사안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리고 지난달 24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고인이 사망 전 고초를 호소한 ‘연필사건’은 실제 있었던 일로 확인됐다. 지난달 12일 오전 수업 중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는 과정에서 이마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고인은 이 일로 피해 학생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동료 교사는 “연필사건 발생 당일 학부모가 여러차례 고인의 휴대폰으로 전화했으며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전화번호를 해당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고인의 사망 직후엔 해당 학부모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거나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 담임 자격 시비 폭언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인이 부적응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교사노조가 최근 공개한 일기장에서 고인은 “금요일과 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라면서도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과 00(학생 이름)의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장상윤 차관은 “실제로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전체 교사 중 63%인 41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서이초 교사들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겪었으며, 응답자의 49%는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인과 같은 학부모 악성민원이나 교권침해를 겪은 교사가 고인 외에도 더 있었다는 의미다. 서이초 교사들은 △교권 보호를 위한 민원처리반 도입 △악성 민원을 교권침해로 신고하기 위한 법령 개정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법령 개정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학부모 책임 강화 △보조교사·특수교사 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장상윤 차관은 “합동조사가 방학 기간에 이뤄지고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된 상태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고인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은 사실과 달랐다. 고인의 1학년 담임 배정도 본인 희망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제기된 ‘학급 내 정치인의 가족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실제 정치인 가족이 해당 학급에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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