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합의에 日증시 33년 만에 최고치 또 경신(종합)

박종화 기자I 2023.05.29 17:12:28

불확실성 해소에 투자자 안도감…위험자산 선호↑
엔화가치 6개월 만에 최저…달러·엔 환율 140.91엔
"시장, 단기급등 소화 못해" 조정 가능성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상승세를 타던 일본 증시가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최종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33년 만에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엔화 가치는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외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증시가 더욱 힘을 받고 있지만 단기급등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증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3만1560.43까지 올라 버블경제가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7월 2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저에 반도체 등 수출株가 상승 주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29일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종가(3만916.31)보다 1.03% 높은 3만1233.54로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3만1560.43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본 버블경제가 무너지기 직전인 1990년 7월 2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닛케이는 미국 부채한도 문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미국 주가가 상승하면서 일본 증시에도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하원의장과 통화를 마치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중요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합의안은 재앙적인 디폴트 위협을 제거하고, 어렵게 얻은 경제 회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2025년 1월까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높이는 대신 2024~2025년 정부 예산의 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2024년 회계연도 지출은 국방비를 재외하고 재량 지출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5년에는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하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우려로 몰아넣었던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해소됐다. 덕분에 주식 등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됐다. 미국 증시에서도 지난주부터 부채한도 합의 기대감에 상승세가 이어졌다.

나카무라 다카시 도카이도쿄센터 수석전략가는 “국내·외 증시에선 일단 투자자의 안도감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매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 역시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 29일 오후 4시 45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40.45~140.46엔으로, 이날 엔화 가치는 한때 6개월 만에 최저치(140.91엔)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는 데다가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한동안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 주가에 호재가 된다. 내수주에 비해 수출주가 특히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또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세웨이 회장이 지난달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일본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돼 있다.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조만간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데 선거 승리를 위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다.

◇5개월 새 20% 넘게 오를 日 증시, 조정 전망도

다만 최근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연초와 비교해 5개월 만에 주가 지수가 20% 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마츠모토 히로시 픽테투신투자자문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단기적인 주가 급등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펀더맨탈이 (주가) 기대감을 따라잡을 때까지 일정 기간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와다 마키 노무라증권 전략가도 “이번 주 닛케이225지수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도 변수다. 일각에선 미국의 디폴트 위험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도세가 커져 달러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이 하반기에는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엔화 가치 상승 전망이 키우고 있다. 사토 마사카즈 외환온라인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디폴트를 피하면 미 국채로 자금이 쏠리고 채권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금리는 하락)하고, 엔화 매수·달러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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